지난해 S-OIL 챔피언십에서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이정은6, 김지현, 김지현2(왼쪽부터). 장시 김지현이 우승을 차지했고, 이정은6와 김지현2는 2,3위에 올랐다.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 때 일이다. 한명은 한화 김지현이고 다른 한 명은 롯데 김지현이다. 두 선수는 27세 동갑내기다.
이날 경기 초반에는 박주영(동부건설)과 박주영5가 나란히 선두권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한국여자오픈에서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조로 묶인 김지현(오른쪽)과 김지현2.
한화 김지현과 롯데 김지현은 입문시기가 같아 당시 평균 타수에 따라 번호가 갈렸다. 한화 김지현의 회원 번호가 653번, 롯데 김지현은 656번을 받아 이름 뒤에 ‘2’가 붙었다. KLPGA투어 리더보드에 김지현과 김지현2가 엇갈린 이유다.
두 선수는 KLPGA투어에서 시즌 1승씩을 포함해 똑같이 통산 4승씩을 기록했다. 상금 랭킹은 김지현2가 11위, 김지현은 15위다.
이름이 같아 겪는 에피소드도 많다. 김지현은 “아직도 헷갈리는 분들이 계시다. 그럴 때는 제가 아니다 ‘롯데 지현’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 동료 선수는 “연습 그린에서 지현아 라고 부르면 두 선수가 동시에 쳐다보는 일이 많다”며 웃었다.
김지현2는 2016년까지 무관에 그치다 지난해 3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은 김지현의 활약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동반 플레이를 숱하게 했다는 두 선수가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은 없다.
김지현은 “지현이랑 경기 스피드도 잘 맞고 재밌게 친 기억이 난다”며 “
2,3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김지현 3승, 김지현2 2승에 ‘지현’이란 이름을 가진 오지현 2승, 이지현 1승을 거둬 ‘지현 천하’라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최다 동명이인은 이정은과 김민지
이정은은 지난해 ‘핫식스’라는 별명과 함께 KLPGA투어 전관왕에 오른 막내 이정은6가 선두주자다. 이정은은 “저를 부를 때 이름을 빼고 ‘식스야’라고만 부르는 선배나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2017시즌 KLGA투어를 지배한 이정은이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숫자 ‘’6‘’이라고 적은 골프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은은 동명이인이 많아 KLPGA투어 등록이름이 ‘’이정은6‘’가 됐다. <김종석 기자>
이정은은 정회원만 6명에 이르며 준회원은 2명에 이르는 최대 계보를 자아한다. 이정은6는 “앞으로 이정은 언니가 1부 투어에 올라오면 이정은7도 탄생한 날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정은6은 자신의 볼을 구별하기 위해 공에 숫자 ‘6’을 큼지막하게 써둔다. 고카페인 음료인 ‘핫식스’에서 따온 별명은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세영이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이정은, 김민지 다음으로 많은 이름은 김민정과 박소현으로 각각 7명이다.
김민선5의 팬클럽 회원들은 ‘FIVE STAR’라는 모자를 쓰기도 한다. 선수 등록 때 부여받은 숫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브랜드화 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2016년 한국여자오픈 1,2라운드 조편성 때는 동명이인을 한 조에 묶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명이인에게 숫자를 부여하는 정회원과 달리 준회원은 이름 뒤에 영어 대문자가 따르며 티칭프로는 영어 소문자로 구별한다. 김지현은 김지현A, 김지현a도 있다.
이름 뒤 숫자가 건너 뛴 경우도 있다. KLPGA 홍보팀 임정수 사원은 “특정번호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결번 처리하고 다른 번호를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숫자 4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경우 5를 주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개척자 박세리와 동명이인인 박세리2.
●박세리2의 꿈
박세리가 이모나 고모뻘인 박세리2(21)는 드림투어에서 뛰며 내일의 필드 스타를 꿈꾸고 있다 원조 박세리의 US여자오픈 ‘맨발 투혼’ 1년 전인 1997년 태어난 박세리2는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2 아버지 박승호 씨는 “골프를 모를 때 그저 한글 이름이 예뻐서 지었다”며 “우리 세리가 중학생 때 우연한 자리에서 박세리 프로님을 만나 조언도 듣고 하면서 롤모델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프로 전향 후에는 박세리 프로의 업적에 버금가는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목표를 갖게 됐다고 한다. 175cm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박세리2는 최근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0년 1부 투어 승격을 노리고 있다.
‘땅콩’ 김미현은 의외로 동명이인이 없으며 박지은2 역시 드림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