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일본을 휩쓸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25번째 태풍 콩레이의 진로가 한반도 쪽으로 치우쳐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제주와 남부지방뿐만 아니라 중부에도 적잖은 비바람이 불 수 있고, 특히 영동에 비 피해가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이 5일 오후 4시에 발표한 태풍 예보. 남해안을 통과할 때도 초속 30m의 강한 바람이 불 수 있어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자료 : 기상청)
콩레이는 더위가 끝난 직후인 8월 하순에 우리나라를 지나갔던 제19호 태풍 ‘솔릭’보다 최전성기 힘이나 한반도 상륙 당시 위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콩레이가 가장 힘이 셌을 당시(2일) 중심기압은 920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초속 53m(시속 191km)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때도 초속 30m(시속 약 100k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도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 중부지방 북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태풍주의보를 냈다.
기상청이 5일 오후 3시 40분 발표한 태풍 관련 기상특보와 예비특보. 수도권과 강원 영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특보가 내려질 예정이다.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예상보다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기상예보社 어큐웨더(Accuweather)는 태풍 콩레이로 인한 영향이 일본보다 한반도에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민간기상업자 어큐웨더(Accuweather)가 예상한 태풍 영향 예상도.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더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료: Accuweather 홈페이지)
콩레이는 일본 간사이 지방에 큰 피해를 입혔던 제21호 태풍 제비(최전성기 중심기압 910헥토파스칼·최대풍속 56m)와 최전성기 위력이 비슷하다. 하지만 콩레이는 위력이 최전성기 때보다는 약해져 한반도를 스쳐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비는 간사이 지방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이 95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0m(시속 140km)의 강도로 위력을 유지한 채 일본에 상륙했다. 8월 말에 한반도를 관통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가장 강했을 때의 힘과 맞먹었다.
8월 말 일본 간사이 지방에 태풍 제비가 몰아닥쳤을 때 완전히 침수된 간사이공항. 가운데 구조물로 보이는 물건이 비행기에 짐을 실을 때 쓰는 화물 적재 차량이다. (자료: Aeronews)
태풍 진로에 참고하는 상공 5.5km(500hpa) 일기도에서도 태풍이 우리나라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태풍의 길’이 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이틀 전인 3일 때보다 부풀었기 때문이다. 일기도대로 태풍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남해안을 스쳐지나가는 상황이 아니라 한반도 내륙으로 태풍이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 북쪽에는 영하 12도 이하 찬 공기가 내려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태풍 영향을 덜 받는 중부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5일 한반도 5.5km 상공(500hpa)의 일기도. 며칠 전보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태풍의 경로가 일본 열도를 관통하는 경로에서 우리나라 남해안을 지나가는 경로로 변경됐다.
거듭 강조하지만 태풍 콩레이는 8월 말 우리나라를 관통한 솔릭보다 상륙 강도가 강하다. 가을철에 오는 태풍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강도라도 대비가 부족해 더 큰 피해를 불러온 경우가 많았다.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