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 거주 부인이 佛경찰에 신고, “남편 목숨 거론 협박전화 받아” 佛-홍콩 언론 “부패혐의로 체포”, 수감된 저우융캉이 발탁한 인사 인터폴 “中당국에 확인 요청”, 中공안-외교부는 침묵 지켜
멍 총재의 실종은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 머물고 있는 부인이 4일 프랑스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달 20일 프랑스를 떠난 멍 총재가 스웨덴 스톡홀롬을 거쳐 25일 중국에 도착한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멍 총재의 부인은 이후 남편의 목숨을 거론하며 협박하는 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내무부는 부인과 자녀 등 멍 총재의 가족에 대한 즉각적인 신변보호 조치를 취했다. 리옹 검찰은 부인의 신고를 받은 다음 날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멍 총재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멍 총재가 비행기로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체포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도 “(멍 총재가)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부와 외교부는 멍 총재와 관련한 인터폴의 확인 요청에 침묵하고 있다. SCMP는 멍 총재가 “신문을 받기 위해 기율당국에 의해 체포됐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기율당국은 부패 혐의 조사 및 처벌 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가리킨다. 부패 비리 혐의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멍 총재는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로 선출됐고 임기는 2020년까지다. 국력에 비해 국제기구에서의 위상이 낮았던 중국은 멍 총재 선출 당시 고무된 분위기였다. 1년여 전 베이징에서 열린 인터폴 총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환영 개회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멍 총재가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공안부 공산당위원회 위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종된 멍 총재가 2014년 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발탁한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멍 총재 선출 당시 국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이 그의 직위를 이용해 해외에 있는 중국 비판 인사를 잡아들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터폴 조항에 따르면 인터폴은 정치 군사 종교 인종 문제와 관련된 활동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인터폴은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 비리를 폭로해 온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를 포함해 중국 정부가 체포하기를 원하는 44명의 인사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프랑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중국과 프랑스 간 외교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베이징에 있는 인터폴 연락사무소를 통해 멍 총재의 행방을 물었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았다”며 “중국 당국과 의견 교환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