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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쪼개기-위장 조합원 논란… 식사2구역 9년 넘게 개발 지연

입력 | 2018-10-08 03:00:00

22만m²에 아파트 2200채 조성계획… 신안-삼호-원주민 167가구 조합설립
신안 “삼호, 우호 조합원 확보하려 직원들 동원 특정 지분 나눠 가져”
작년 검찰 고소… 무혐의 처분 났지만 올 6월 항고 받아들여져 재수사




땅주인들이 조합을 꾸려 동네를 재개발하는 이른바 도시개발사업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지분 쪼개기와 위장 조합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해당 구역의 땅주인 50% 이상이 동의하고 구역 토지의 66.7% 이상이 포함되면 사업 주도권을 갖는 조합을 출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시행사는 이런 점을 이용해 소규모 땅 지분을 회사 관계자 등 수백 명이 쪼개서 갖게 하고 이들이 조합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2구역은 22만7000m²의 부지에 220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곳은 신안건설산업과 DSD삼호, 원주민 167가구 등이 2009년 5월 도시개발사업조합을 꾸렸다. 하지만 삼호 측이 개발 예정 부지 2필지를 명의신탁 방식으로 지분을 잘게 쪼개 조합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업이 9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신안 측은 삼호가 우호 조합원을 많이 확보하려고 회사 직원과 그 가족 등의 이름을 동원해 특정 토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는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사2구역 개발부지 조합원은 505명인데, 특정 두 필지 410m²(약 124평)에 명의가 있는 조합원이 241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48%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식사동 587-14 땅은 면적이 242m²(약 73평)인데 주인은 129명이었다. 한 명당 1.88m²씩 소유한 셈이다. 이들 129명은 모두 2008년 9월 17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68m²(약 51평) 넓이의 식사동 634-6 땅은 112명이 1.5m²씩 나눠 가졌다. 이들도 2006년 10월 30일 한날에 해당 토지를 일괄 구매했다.

신안 측은 식사동 587-14 땅을 129명이 일괄 구매했고 등기 순위가 이름 가나다순으로 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삼호 측이 조직적으로 명의신탁 거래를 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 129명 중 51명은 삼호가 개발하는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 용인시 신봉지구, 고양시 식사1지구 등에서도 땅을 1.5m²씩 보유해 그곳에서도 조합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신안 관계자는 “식사동 587-14의 일괄 매매가 이뤄진 날은 공유지분자에 대한 조합원 자격이 대표자 1인에게만 주어지도록 법이 개정되기 사흘 전이었다”며 “법 개정 전에 서둘러 ‘위장’ 조합원을 늘려 조합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안은 지난해 4월 식사2구역 불법 명의신탁으로 지분 쪼개기를 했고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삼호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고소했다. 고양지청은 올 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신안이 서울고검에 제기한 항고가 6월 받아들여져 현재 재수사를 하고 있다. 신안은 또 2009년 식사2구역 조합 설립 인가처분의 효력을 취소해 달라며 고양시를 상대로 의정부지법에 행정소송을 내 진행 중이다. 삼호 측은 “당시에는 지분을 분할하는 게 불법이 아니었고 검찰 수사 결과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고양시는 지난해 12월 1, 2, 3블록으로 구성된 식사2구역 중 1블록에 대해 건축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신안 측은 “검찰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조합설립 무효와 환지처분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조합업무를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 사건 등 다수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사업승인 인·허가를 함부로 해줘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