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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의 ‘위안부 책임’ 다시 상기시킨 노벨평화상 수상자

입력 | 2018-10-08 00:00:00


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는 7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에게 성폭력과 맞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는 콩고 내전 당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치료와 일상 복귀를 돕는 데 평생을 바친 공로로 금년도 수상자로 뽑혔다. 이런 수상자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가해국인 일본을 언급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무퀘게는 이번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의 괴로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무기’로 이용되는 반인륜 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2년 전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위안부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2016년 서울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전시 성폭력은 인간을 철저히 파괴하는 행위로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며 위안부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부정하면서 전시 성폭력을 제도화했던 과거사를 외면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덧내는 망언을 되풀이하고, 학교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희석시킨 교과서로 미래 세대를 가르치고 있다.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해국의 책임을 외면하는 경향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발뺌해도 역사적 사실은 달라질 수 없다. 2015년 전 세계 역사학자 187명이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사 왜곡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성명을 낸 것도 그 때문이다. 위안부는 여성의 존엄성을 무참하게 유린한 전쟁범죄란 점에서 보편적 인권에 관한 인류 공통의 현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 사회가 위안부 생존자의 절규를 부정하는 역사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사회의 세찬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