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경 산업1부 기자
최근 만난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김봉진 의장(배달의민족 창업자)은 최근 창업가들 사이에서 ‘성공하고 싶지만 성장하기는 싫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이 오간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치도곤을 당하는 기업인들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국감의 본질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기업의 책임자를 불러 따져 묻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김 의장은 최근 창업자들로부터 부쩍 ‘해외 법인 설립 여부’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도 했다.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피곤한 한국’보다 해외에 본사를 설립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같은 이유로 해외 상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의장은 “모든 기업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는데 정치권과 사회가 기업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면 그 사회에서 기업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기 마련”이라며 “창업가들이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뜻은 한국에서 꿈의 크기를 접어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만난 벤처기업 1세대 창업가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도 이른바 ‘기업가 정신’의 쇠퇴는 기업가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또 기업인들이 줄줄이 증인 출석 요구를 받고 있다. 국회나 정부 모두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대명제에 공감하지만 기업인 증인 채택이 얼마나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행위인지를 짐작하지 못하는 듯하다. 몇몇 기업인은 증인 불출석을 예고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이들도 불출석했으면 싶다. 창업가들, 청년들에게서 또다시 꿈을, 기업가 정신을 앗아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