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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신무경]‘제2의 네이버 꿈’ 접는 젊은 창업자들

입력 | 2018-10-08 03:00:00


신무경 산업1부 기자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을 원하지만 네이버, 카카오처럼 성장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김봉진 의장(배달의민족 창업자)은 최근 창업가들 사이에서 ‘성공하고 싶지만 성장하기는 싫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이 오간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치도곤을 당하는 기업인들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국감의 본질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기업의 책임자를 불러 따져 묻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앉은 기업인들이 맥락 없는 질문과 난데없는 호통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연 공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더 이상 크고 싶지 않다’는 창업가들의 모순적 행태도 ‘회사를 키워 대기업으로 만들면 오히려 곤란해질 테니 현상 유지나 하자’는 침묵의 공감대가 아닐까.

김 의장은 최근 창업자들로부터 부쩍 ‘해외 법인 설립 여부’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도 했다.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피곤한 한국’보다 해외에 본사를 설립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같은 이유로 해외 상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의장은 “모든 기업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는데 정치권과 사회가 기업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면 그 사회에서 기업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기 마련”이라며 “창업가들이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뜻은 한국에서 꿈의 크기를 접어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만난 벤처기업 1세대 창업가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도 이른바 ‘기업가 정신’의 쇠퇴는 기업가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장 의장은 “기업가 정신의 근본은 부를 이루는 것인데 한국 사회는 이 같은 성취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5년, 10년만 더 지속되면 앞으로는 변화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또 기업인들이 줄줄이 증인 출석 요구를 받고 있다. 국회나 정부 모두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대명제에 공감하지만 기업인 증인 채택이 얼마나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행위인지를 짐작하지 못하는 듯하다. 몇몇 기업인은 증인 불출석을 예고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이들도 불출석했으면 싶다. 창업가들, 청년들에게서 또다시 꿈을, 기업가 정신을 앗아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