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남시로 입양된 유기견 ‘행복이’의 거취를 두고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5일 자유한국당 소속 안광환 성남시의원의 발언이다. 안 의원은 제240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행복이는 전임 이재명 시장 시절에는 행복을 누렸으나 이 전 시장이 도지사로 자리를 옮긴 뒤 일상은 너무나 달라졌다”면서 “행복이 입양을 주도한 이 전 시장은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행복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는 7일 안 의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성남시 소유 동물을 퇴임한 시장이 책임지라? 법에 어긋나는 상식 밖 수준 이하 주장인데.. 자유한국당은 원래 그렇다 쳐도 상식 이하 주장을 검증 없이 옮기는 언론은 또 뭘까?”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8일 동물보호단체 ‘카라’ 측에 따르면 실제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정을 맡은 지난 7월 행복이의 입양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카라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재직 시 행복이는 성남시 지킴이의 자격으로 성남시로 입양됐다. 행복이는 이재명 시장의 시정 시찰시 동행하거나 휴식 시간에 함께 공놀이나 산책도 했다”면서 “처음 성남시에 행복이를 입양 보낼 때 카라는 실내에서도 키우기 쉽고 데리고 출퇴근도 용이한 작은 개를 추천했었다. 시장 집무실에서도 데리고 근무하는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데 행복이를 본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는 대형견인 행복이를 성남시 지킴이로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복이는 이재명 시장을 몹시 따랐다”면서 “행복이가 외롭고 또 방치되어 이용만 되었다면, 카라가 제일 먼저 행복이를 파양 절차를 밟아 데리고 왔을 것이다. 그런데 행복이는 위축되거나 불안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건강관리가 부적절한 등 입양서약에 위배되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시장은 이제 경기도지사가 되어 성남시청을 떠났다. 지난 7월, 경기도 이재명 지사 측으로부터 행복이의 입양을 원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이재명 지사가 공관을 사용하지 않고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어 경기도청 내 카라가 지정하는 장소에 아이를 키울 공간을 만들어 데리고 오고 싶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카라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를 거절했다. 재차 삼차 요청이 왔지만 다시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시장이 행복이의 보호자로 제 1순위인 것은 맞지만 개의 보호자로서 입양 조건은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재명 지사는 최종적으로 카라의 입장에 동의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카라 측의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행복이를 성남시에 입양시켰을 때부터 행복이의 미래를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지영 작가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카라 측의 발표문을 공유하며 “대체 무슨 이런 발표가 있나요. 리스한 건가요? 생명을?”이라고 꼬집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