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급 체계는 투자 효율만 추구, 빨리 짓는 데 성공했으나 한계에 봉착 후분양 도입하고 주택 품질도 올려야 분양가·취득세 낮추고 보유세 높여야… 부정적인 임대주택 인식도 개선해야
하준경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주택 부족을 완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새 집을 짓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 주택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해야 하겠으나 한국은 극단적으로 새 집 ‘개발’ 쪽을 선호해 왔는데, 이를 뒷받침한 대표적인 제도가 선분양과 낮은 보유세다. 부동산 개발업자이면서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부동산학을 가르치는 토니 치오케티 교수는 아시아 개도국에 자주 들르는데, 올 때마다 주민소득에 비해 집값이 턱없이 비싼 데 놀라지만 개발업자로선 환상적 기회를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특히 선분양이 가능해 사실상 자기 자본 없이 소비자의 돈과 위험 부담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자기자본수익률’, 즉 수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무한대가 된다고 한다. 단, 이를 실현하려면 법·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 한다고 한다.
낮은 보유세도 개발 편향적이다. ‘급진적 시장’의 저자인 에릭 포즈너와 글렌 웨일은 자기 집에 대한 투자를 극대화하는 ‘투자 효율’을 높이는 데는 낮은 보유세가 좋지만 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집을 소유하게 하는 ‘배분 효율’을 위해선 보유세율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고 한다. 비싼 집에서 보유세만큼의 효용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나가게 돼 효율적 돌려쓰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포즈너와 웨일은 두 가지 효율을 합한 총효율을 극대화하는 데는 주택 시가 대비 1% 정도의 ‘매우 작은’ 보유세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역설한다.
최근 논의되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과거 개발시대의 공급 패러다임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선진적 제도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한다. 우선 선분양보다는 후분양을 도입해 소비자가 과도하게 위험을 떠안는 관행을 없애고 주택의 품질을 높였으면 한다. 선진국에선 1970년대에 지은 아파트도 깨끗하고 튼튼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새 아파트도 각종 하자에 층간소음이 심한 사례가 많다. 또 새 대책으로 분양하는 주택에 대해선 분양가와 취득세를 크게 낮추는 대신 보유세를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시가의 1% 수준으로 영구적으로 높이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면 한다.
수도권 어느 신혼희망주택의 분양가는 4억6000만 원인데, 주변 시세보다는 싸지만 가구 중간소득 5000만 원에 비하면 9배가 넘는 높은 수준이다.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20년 동안 소득의 반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니 평범한 젊은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금수저’를 위한 로또를 또 하나 추가하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주택 공급 체계와 부동산 세제를 작은 공간에서나마 미리 구현해 집값 장벽을 낮추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아울러 중산층도 살고 싶은 좋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섞어 공급함으로써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없앴으면 한다.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이런 원칙들이 적용되게 적극 유도한다면 개발과 배분 효율을 조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준경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