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IPCC 총회 참석한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제니퍼 리 모건 사무총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설치된 북극곰 모형 앞에 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니퍼 리 모건 씨(52)의 말에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그는 1∼6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무척 더웠죠? 한국뿐이 아니에요. 스페인 마드리드는 낮 기온이 50도까지 올랐고, 수많은 지역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더웠죠. 대형 허리케인이 필리핀을 강타했어요. 온난화로 폭염은 물론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보고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6000개 논문을 검토하는 등 오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입니다. 1.5도로 묶어 두기 위한 ‘인류 구조계획’이죠. 기후변화의 대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시간이 정말 없어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한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의 70∼85%가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속도나 규모가 부족해요. 더 많은 정책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어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어요. 애플, 씨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150개 주요 기업들도 앞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투자이자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석유 등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체질개선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등이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 있다. 한국 역시 탈원전을 찬성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의 문제예요. 독일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를 재생에너지로 메웁니다. 대중의 지지도 큽니다. 독일에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의 절반이 시민들의 자가발전시설에서 나와요. 집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독립적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거죠.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결국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이런 선순환을 정부가 알리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