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만찬 있는데 식비 따로 지급… 28쪽 보고서 첨부자료가 24쪽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들이 정작 세금으로 외유성으로 의심을 받을 만한 해외출장을 수년간 잇따라 다녀온 정황이 드러났다. 해외출장 기간에 공식 오·만찬에 참석한 직원에게 또 다른 식비를 중복지급하거나 출장 기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양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9일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실에 따르면 권익위 관계자들은 올해 7월 3∼7일 4박 5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간 6명이 쓴 전체 경비는 1317만 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항공료로 328만 원을 썼다.
이들은 출장기간 중 사흘은 방문국의 부패방지위원회, 감찰원 등이 주최한 오·만찬 공식일정에 참석했지만 식비로 58만 원가량을 받았다. 권익위 측은 “비즈니스석 이용은 직급에 따른 해외출장 규정상 문제가 없다. 식비 지급은 해외출장 규정상 지급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김 의원 측은 밝혔다.
내용이 부실한 보고서를 양산하기도 했다. 권익위 국제교류담당관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베트남 출장 후 72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1쪽은 현지 세미나 인사말 전문과 한-인도네시아 반부패 협력 양해각서(MOU) 전문 등 첨부자료였다.
지난해 1월 권익위 관계자 2명은 몽골 부패방지청 10주년 기념행사 및 현지 반부패 콘퍼런스에 2박 3일간 참석했지만 추후 콘퍼런스 내용과 현지 매체 인터뷰를 간략하게 요약한 두 장짜리 보고서를 냈다. 이 밖에 2015년 12월 4박 5일 일정의 인도네시아 출장 때는 28쪽 분량의 결과보고서 중 24쪽을 일정표 등 첨부자료로 채웠다.
김 의원은 “청탁금지법 대상자의 부당 출장 여부를 판정하는 권익위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다. 국민 세금이 집행되는 권익위 해외출장 관련 규율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