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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우경임]가사노동 시간당 1만569원

입력 | 2018-10-10 03:00:00


퇴근은커녕 주말도, 휴가도 없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아이를 보느니 콩밭 맨다’는 옛말처럼 회사를 나가는 게 낫겠다 싶다. 틈틈이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을 봐서 식사 준비까지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출산휴가 때를 돌이켜 보면 집안일이 고되다는 것보다 대가가 없다는 점에서 낙담이 컸다. 월급 얘기가 아니다. 인정(認定) 같은 보상이 뒤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가사노동의 사회학’을 펴낸 영국의 사회학자 앤 오클리는 “가사노동은 자아실현을 억압한다”고 했다.


▷통계청이 처음으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8일 발표했다. 아이돌봄, 세탁, 청소 등 59개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2014년 기준으로 연간 361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24.3%를 차지했다. 동아일보가 이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월급 190만 원. 가사노동 평가액(시간당 1만569원)을 받고 하루 6시간 일한다고 가정했다. 그 정도로는 가사도우미나 아이돌보미를 구하기 어렵지만 가사노동의 생산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그동안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여성의 집안일은 남성의 바깥일에 비해 가치 없는 일로 치부됐다. 1960년대 여성운동의 영향으로 가사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됐고 1990년대 들어 세계여성대회를 중심으로 무급 가사노동을 정부 공식 통계에 반영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이 통계를 작성하고 있고 한국이 올해 처음 발표했다.

▷15세 이상 여성이 1년간 창출하는 가사노동 가치는 평균 1077만 원으로 남성(347만 원)의 3.1배다. 여성이 남성보다 그만큼 더 가사노동을 한다는 뜻이다. ‘아내 가뭄’의 저자 애너벨 크랩은 성공한 남성에게는 아내가 있지만 성공한 여성에겐 아내(전업남편)가 드물다는 통계를 들어 “아내는 경제적 특혜”라고 주장했다.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엄마들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까닭이다. 결국 부부가 서로 ‘아내’가 되어 주고, 감사와 존중을 표현할 때 가사노동이 제값을 받고 평등한 교환이 일어나는 것일 게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