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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영변이 개발 ‘심장’… 풍계리서 능력 키우고 동창리서 완성

입력 | 2018-10-10 03:00:00

[비핵화 협상]사찰 카드 꺼낸 ‘핵시설 3종 세트’




김정은의 핵시설 ‘3종 세트’에 대한 동시다발적 사찰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이미 폭파시킨 풍계리 핵실험장의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앞서 김정은은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단지까지 ‘사찰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아직 미국은 ‘상응 조치’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꺼리며 신중한 모양새다. 김정은이 꺼낸 ‘핵시설 3종 세트’는 ‘미래 핵’에 관한 것이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현재 핵’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김정은이 사찰 카드로 꺼낸 ‘핵시설 3종 세트’

김정은은 1차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추가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도 밝혔다. 이어 5월 한국을 포함한 외신기자들을 불러 1∼4번 갱도를 폭파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김정은의 핵무력 고도화의 상징적인 장소다. 김정은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까지 2번 갱도에서 잇따라 진행하며 핵능력을 키웠다. 특히 6차 핵실험의 폭발 위력은 250kt(킬로톤)으로 추정돼 히로시마 원폭의 17배에 달했다. 김정은이 풍계리 실험장을 폭파한 것은 한미를 향한 ‘성의’로 보이지만 잦은 핵실험에 따른 여진과 방사능 누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장은 북한 핵무력 완성의 ‘마침표’를 찍은 곳이다. ‘화성-14형’ ‘화성-15형’ 등 ICBM에 탑재된 80t급의 대형 액체연료 엔진인 ‘백두산 엔진’을 개발해 시험한 곳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29일 ICBM ‘화성-15형’의 발사 성공으로 미국 전역의 타격 가능권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다음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김정은은 이 동창리 미사일 시설의 폐쇄를 6월 북-미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보너스’처럼 선사했다. 일부 시설의 해체 움직임이 인공위성을 통해 포착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북한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4일 “8월 3일 이후 수직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해체하는 새로운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지난달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폐기를 약속한 평북 영변의 핵시설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이다. 1962년 원자력연구소가 들어선 뒤 1965년 소련에서 연구용 원자로(IRT-2000)가 도입된 후 핵관련 시설이 속속 들어서 현재 390개 핵시설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북한은 2013년부터 영변 5MW(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를 가동해 연간 플루토늄 5∼7kg을, 약 2000개의 신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고농축우라늄 40kg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매년 2∼5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추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北의 ‘살라미 검증’ 본격화할 듯

김정은은 풍계리와 동창리 핵시설과는 달리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는 ‘상응 조치’라는 전제를 걸었다. 언제든 핵탄두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폭파한 풍계리에 대한 사찰을 다시 협상 카드로 꺼냈다는 점에서 동창리, 그리고 영변의 수많은 핵시설을 잘게 나눠 ‘살라미 검증’에 나설 수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을 분리해 별도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핵신고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풍계리 동창리 영변 등의 3종이 폐기 및 검증을 받더라도 이는 북핵 시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ICBM은 얼마든지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쏘아 올릴 수 있지만 사찰 대상도 아니다. 영변 외에 강성에도 고농축우라늄 관련 시설이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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