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6>대형 유통시설 영업제한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까지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달 개점 1주년을 맞이한 스타필드 고양의 내부 모습. 동아일보DB
지난달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만난 A 씨는 이곳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올여름 무더위로 하루 평균 7만 명이 코엑스몰에 방문하며 매출은 평소보다 늘었지만 A 씨처럼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복합쇼핑몰 월 2회 강제 휴무’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유발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영업자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다른 자영업자(골목상권)를 돕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을(乙)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 복합쇼핑몰 10곳 중 7곳은 非대기업 운영
본보가 입수한 한국경제연구원의 ‘국내 복합쇼핑몰 임차인 구성 전수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내 1295개 매장 가운데 중소기업 혹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총 883곳으로 전체 입점업체 가운데 68%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4곳으로 롯데월드몰,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고양, 스타필드 코엑스몰이다. 한경연은 유발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들 복합쇼핑몰이 월 2회 휴무와 영업시간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 당초 취지였던 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 명분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올해 초 발의한 유발법 개정안은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으로 불린다. △복합쇼핑몰 영업시간 제한(0∼오전 10시)과 의무휴업일(매월 공휴일 2일) 지정 △대규모 점포 개설이 제한되는 상업보호구역 신설을 통한 입점 제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10대 우선 입법과제’에 이 개정안을 포함시키면서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2년 대형마트·대기업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규제한 이후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영업시간 규제와 신규 출점 제한이라는 신종 규제가 생기는 것이다.
○ 거꾸로 가는 유통 규제… 명분도 실리도 없어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61.5%는 규제의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의 전통시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했던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소비자의 62%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이 아닌 ‘중대형 슈퍼를 이용’(38%)하거나 ‘다른 요일에 대형마트를 이용’(24%)한다고 답했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규제 도입 전인 2011년 21조 원에서 2015년 21조1000억 원으로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 고용창출 효과, 관광객 집객 효과 사라져
유통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복합쇼핑몰마저 규제 대상이 되면 출점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는 곧 고용기회의 상실로 이어져 고용난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대형 복합쇼핑몰 한 개가 특정 지역에 입점하는 경우 5000∼6000명의 직접 고용이 이루어지며 총 1만 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에도 영업 규제를 시행하면 매출과 고용이 각각 평균 5.1%, 4.0%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만난 복합쇼핑몰 내 자영업자들은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합쇼핑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복합쇼핑몰에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데 한 달에 두 번이나 문을 닫으면 이들의 방문도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