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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풍등 때문?…유증기 환기구 ‘화염 방지 장치’ 고장 가능성”

입력 | 2018-10-10 09:31:00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한 고양 저유소에서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과 관련, 산업안전 관련 안전장치 검증·평가 업체 PNS의 김대우 대표는 “유증기 환기구에 있는 화염 방지 장치가 고장 난 상태에서 불씨가 환기구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유소는 내부에 불이 나도 폭발하지 않도록 만들고 관리해야 된다. 그래서 풍등은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화염 방지 장치에 대해 “집에서 쓰는 방충망 같은 것처럼 망으로 여러 겹 켜켜이 쌓여놓은 거라고 보면 된다. 바깥에서 불꽃이 들어가더라도 끊어주는 역할한다. 또 열전달을 안 되게 해서 화염이 진척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라고 설명하며 “법적으로 (저유소에서)화염 방지 장치는 의무사항이고 유증기 회수 장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증기가 밖으로 나와 불이 붙더라도 화염 방지 장치가 있었다면 그 불이 환기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저유소를 비롯한 위험물 시설 제작·관리 민간 업체의 대표 A 씨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불을 막아주는 장치는 프레임 어레스트나 인화 방지망이다. 그게 설치되면 절대 불꽃이 들어갈 수가 없다. 큰 동물이 쥐구멍을 통과하는 거하고 똑같다”며 “인화 방지망이 제대로 덮여 있었다면 절대 불꽃은 못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고양 저유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보진 않는다. 관계법령이 외국 기준하고도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이 화염 방지 장치의 문제점일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화염 방지 장치를 어떻게 점검해야 되고 어느 정도의 주기로 점검해야 된다는 내용들이 잘 정리돼 있는데 한국에는 그 관련 내용들 보기 힘들다”며 “그래서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관련 직무 종사자들이 화염 방지 장치를 어떻게 유지보수를 해야 되고 점검해야 되는지 모르다 보니 결국은 이런 상황이 났던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한편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남성 B 씨(27)는 7일 오전 10시 32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 떨어진 지름 40cm, 높이 60cm의 풍등을 발견하고 날려 보냈다. 이 풍등은 바람을 타고 오전 10시 34분경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근처 잔디밭에 떨어졌다.

10시 36분경 잔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 붙으면서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경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중실화 혐의로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검찰은 ‘인과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 보강 지시를 내렸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