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약혼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진실규명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카쇼기의 약혼자 하티체 쳉기즈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지면을 통해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싸운 사우디 정부 비평가 자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밝혀 달라”고 간청했다.
쳉기즈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에게 자말의 실종을 조명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 역시 사건에 같은 수준의 공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사관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고 망명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의 결혼 절차를 밟기 위한 서류 작성 차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이후 실종됐다.
쳉기즈는 “자말은 자신의 견해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것을 알았음에도 안전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고 영사관에 들어갔다”며 “그러나 세 시간 동안 자말이 나오지 않으면서 두려움과 염려가 나를 덮쳤다”고 밝혔다.
터키 당국은 사우디 영사관 내부를 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카쇼기가 영사관 안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경찰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은 이를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내가 알기로 카쇼기는 영사관에 들어간 얼마 뒤에 나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야신 악타이는 알-아라비(Al-Araby)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사우디 왕국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카쇼기가 사우디 정부가 파견한 사람들에게 살해됐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터키의 친정부 언론 데일리 사바 역시 “수사의 초점은 카쇼기가 살아서 비행기를 타고 간 것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자들은 앞서 카쇼기의 피살을 기정사실로 봤다.
한편 사우디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