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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운 맛에 푹 빠져”…‘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한식 열풍

입력 | 2018-10-10 15:44:00



“한국 매운 맛은 묘한 매력이 있어요.”

7일 프랑스 파리 12구 뱅센숲에서 열린 K푸드 페스티발에 친구들과 함께 온 실비아 브라스첼로 씨는 떡볶이와 닭강정을 맛본 뒤 “떡볶이는 처음인데 매운 데도 계속 손이 간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5~7일 사흘 동안 방문객 2000명을 목표로 준비했다. 5유로(약 6500원)의 입장료가 있는 데다 aT가 유럽에서 처음 개최한 행사라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사전 온라인 예약으로만 표 1200장이 팔리더니 사흘 동안 방문객이 5000명을 넘어섰다. 20가지가 넘는 메뉴를 준비한 한식당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두 시간 만에 재료가 동나 애를 먹기도 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뜨거운 한식 열풍이 불고 있다. 호기심에 먹어보는 차원을 넘어 프랑스 식당과 가정 식탁에 깊숙하게 침투하면서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2년만 해도 20여 개에 그쳤던 파리 한식당의 수는 100개를 돌파했다. 한 해 사이에 15개가 늘어났으며 한식당을 방문하는 프랑스인이 연간 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대영 파리 한식당협의회장은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식의 가장 큰 강점으로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음식이라는 답이 나왔다”며 “한식의 매운 맛은 이탈리아, 태국 음식의 매운 맛과 다르고, 기름진 중식에 비해 건강식이고, 단순한 일식에 비해 메뉴가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수십 개의 메뉴를 구비한 백반집 위주였던 한식당은 프랑스 현지인들을 겨냥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프랑스 전통 식문화와 다른 새로운 한식 문화는 프랑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각광받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매끼 전식, 본식, 후식을 챙겨 먹으며 긴 시간동안 식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파리 2구 오페라 등 회사들이 몰려 있는 도심에서는 원하는 반찬을 골라 짧은 시간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 도시락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마침 불고 있는 배달 어플리케이션 열풍도 도움이 됐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들이 즐겨 이용한다.

보는 앞에서 불판에 직접 고기를 구워먹는 한국의 고깃집 문화도 프랑스에 없던 식문화다. 15구에 새로 생긴 그릴 한식당에서 가족들과 양념갈비를 구워먹던 아드리아노 씨는 “손님들 각자가 굽기를 선택할 수 있고 뜨겁게 즉석에서 먹을 수 있어 참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에게 비벼먹는 비빔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의외다. 프랑스 최대 냉동식품 체인점 피까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비빔밥과 김치 덮밥을 최근 출시했다. 비빔밥 인기 비결은 웰빙 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한식당에서 돌솥비빔밥을 즐겨 먹는다는 코할린 씨는 “프랑스 음식과 정말 다르지만 야채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한식당의 기업화도 새로운 추세다. 최근 5개 한식당을 오픈한 HS프랑스 박성진 사업본부장은 “체인별로 패스트푸드형, 퓨젼형, 그릴형, 고급 음식점까지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대형 쇼핑몰과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T는 ‘한식=건강식’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간장 쌈장 고추장과 같은 발효음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