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검찰 압수수색 영장을 거듭 기각한 데 대해 ‘방탄 법원’이라는 질타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서 “법원에 대한 한가닥 믿음이 방탄 영장 기각으로 더욱 무너졌다”며 “사법농단 주역들의 압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고 있는데 이를 분석해보니 말도 안되는 사유들”이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압색 영장에서 수사지휘를 하고 있거나 아예 실체판단을 해버리는 사례 등 압색 영장의 새로운 사례들이 속속 드러났다”며 “말도 안 되는 기각사유로 가장 대표적인 게 주거의 평온과 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처장으로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가 “그런 사례는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백 의원은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 등 행정처 간부 3명에게도 같은 내용을 질문했다.
백 의원은 “네 분의 법조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숱한 사건을 다뤘을 텐데 주거 평온을 이유로 압색 영장 기각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유독 사법농단 사건 관련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라며 “그 칼을 영장을 심판하는 영장판사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특히 양 전 대법원장도 자신의 주거 압색을 예상하고 지인 집으로 갔는데 친절한 영장판사가 주거 평온을 이유로 기각했다”며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어서 기각했다는 사유도 말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또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특별조사단 단장으로 당시 조사한 바에 의해 재판거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개인으로는 30년 이상 경험과 상식에 비춰 (재판거래는)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 다만 현재 수사중이라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 상식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이 됐다”며 “전현직 법관 압색 영장에 있어서 일반 국민들과 차이나는 태도를 보이니까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것이 국민들 생각이다. 사법개혁과 의혹규명 구호는 요란했지만 여론 눈치를 살피는 겁쟁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 중인 각급 공보관실 운영비와 관련한 증빙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당시 증빙 첨부 등을 요구하지 않아 해당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예산 편성 자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진 몰라도 집행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당시 행정처에서 운영비를 내려줄 때 아무런 절차에 구애없이 사용하라고 했고 증빙 첨부하라는 말이 없었다. 일선 법원에선 믿고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