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박세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진격의 거인’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5위 자리를 두고 매 경기를 포스트시즌처럼 치르는 상황에서 패배 자체도 뼈아프지만, 향후 마운드 운용이 복잡해졌다는 점에서 1패 이상의 충격을 안게 됐다.
롯데는 10일 사직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10으로 패했다. 이날 전까지 최근 17경기에서 14승3패로 선전하던 모습과 딴판이었다. 전날(9일) KIA 타이거즈와 4시간45분에 걸친 혈전 뒤 더블헤더 낮경기를 치른 탓에 후유증이 상당해보였다. 1회부터 집중력 없이 느슨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이날 실책은 3개였고 이 자체로도 문제였는데,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도 수차례였다.
더 큰 문제는 선발투수 박세웅이었다. 박세웅은 1회 유한준에게 솔로포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2회부터는 난타였다. 세 타자 연속 안타로 한 점 더 내줬다. 상대 번트 실패로 2회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강백호와 이진영에게 연달아 장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1.1이닝 6피안타 5실점의 초라한 기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는 7회 4점, 8회 1점을 더 내줬지만 승부는 사실상 2회에 갈렸다.
이날 박세웅의 부진은 롯데 마운드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롯데는 더블헤더 2차전 후 11일부터 광주에서 5위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치른다. 14일 두산 베어스와 홈 최종전을 남겨뒀지만, 사실상 광주 3연전이 올해 롯데의 운명을 쥐고 있다. 전날 승리로 승차를 ‘0’으로 지우며 분위기는 좋았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더블헤더 1차전에 올인”이라고 강조했다. 1승을 확보해야 2차전을 편하게 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일 이날 박세웅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했다면 롯데는 더블헤더 2차전 선발투수로 정성종을 내세울 계획이었다. ‘땜빵’선발이다.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를 11일 KIA전에 등판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이 경우 레일리~노경은~김원중으로 KIA와 승부가 가능했다.
하지만 박세웅이 2회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정성종이 5이닝을 던졌다. 이제 정성종의 다음 등판 시점도 애매해졌다. 거기에 레일리 카드를 쓰게 되며 광주 3연전 마운드 운용도 꼬였다. 당장 11일 노경은, 12일 김원중이 나서더라도 모두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KIA가 양현종이 빠진 상황에서 가장 믿을만한 헥터 노에시~임창용을 내세우는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롯데의 13일 선발투수는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여러 모로 마운드 셈법이 복잡해진 롯데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