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이응노 화백과 그의 부인 박인경 화백. 이들을 포함해 1950, 60년대 프랑스로 건너간 한국 화가들의 작품전이 12일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개막한다. 홍성군 제공
12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1969년 프랑스로 건너간 고암 이응노(1904∼1989)와 부인 박인경 화백, 그리고 이들에 앞서 1950, 60년대 파리에서 활동한 한국인 화가 등 모두 10명의 작품 62점을 선보인다. 김흥수, 남관, 김환기, 권옥연, 방혜자, 이성자, 한묵, 김창열 등 쟁쟁한 한국 추상미술 거장들의 작품이다. 이 가운데 이성자, 방혜자는 당시 남성 기성 화가들이 주류를 이루던 도불(渡佛) 행렬에 동참해 프랑스 화단에서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한국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여류 화가들이다. 미술관은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막에 맞춰 12일 오후 2시 대전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미술사 강연회를 연다.
미술관 측은 이들 작품을 통해 당시 거장들이 파리행을 택한 것이 어떤 의미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라고 권한다. 이지호 관장은 “이들은 당시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서양 모더니즘 미술운동의 흐름을 파리 현지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자 했다”며 “이 화가들을 통해 국내 화단에 입체주의,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표현주의적 추상예술), 초현실주의 등 서양 모더니즘 사조가 소개돼 한국 추상미술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추상미술은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류를 형성했다.
각자의 작품을 통해 예술에 대한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던 부부의 작품 73점이 전시됐는데 이 가운데에는 파리의 고암서방에 보관돼 오던 이응노의 미공개작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화백이 1959년 독일에 체류할 당시의 스케치와 수묵추상 작품은 이후 그의 파리시대를 예감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전시된 여러 글자추상 작품을 통해 한자(漢字)나 한글 자형(字型)에 내재된 조형성과 추상성을 살려내 이 화백이 열었던 그만의 한국 추상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