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3년째 입주기업들 급히 철수해 기계 등 그대로 놔둬… 대체공장터 마련못해 매출 반토막 입주사 60% 해외이전 등 재기노력 “사실상 폐업상태” 응답도 13.9%… “공단재개시 재입주 의향”은 96%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인 에스제이테크는 개성공단 폐쇄 직후 인천 서구에 있던 창고를 급하게 공장으로 개조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4일 인천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일 인천 서구 에스제이테크 공장에서 만난 이규용 품질팀장은 개성공단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및 기계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4년 개성공단에 1호로 등록했던 기업이다. 이 팀장은 “사실 지금은 납기 맞추기도 바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서도 “공단이 재개되고 다시는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당연히 다시 개성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한 후 2년 8개월이 지났다. 다시 공단 운영이 재개되길 바라던 입주기업 124개사 중 일부는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해외로의 공장 이전 또는 대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강원 횡성군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새 공장 건설을 계기로 전기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도록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린 사례다. 남녀 속옷을 만드는 이 회사는 공단 중단 후 5개월 동안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베트남 호찌민에 공장 부지를 임차했다. 역시 재봉틀과 성형기기, 접착기계 등 주요 설비를 북에 두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중단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는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중단 사태 등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다시 개성공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의 4월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이들처럼 해외 공장 이전이나 대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사업 재기 노력 중이라고 답한 기업이 60.4%였다. ‘매출과 인원이 줄긴 했지만 큰 차질은 없다’는 곳이 21.8%, ‘큰 차이가 없다’는 곳도 4.0%였지만,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답한 곳도 13.9%나 됐다.
현재 경영상 처한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원자재 구입, 노무비 등 경영자금 확보’(58.4%), ‘거래처 감소에 따른 주문량 확보의 문제’(38.6%), ‘시설투자 등 설비자금 확보’(35.6%) 등을 꼽은 곳이 많았다. 개성공단 재개 시 재입주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건과 상황을 보고 재입주하겠다’는 곳이 69.3%로 가장 많았고, ‘무조건 재입주’가 26.7%, ‘의향 없음’이 4.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