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황의 첫 방북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김정은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때인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의 방북 초청 제의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교황청이 방북 초청을 수락할지는 확실치 않다. 교황의 사목(司牧) 방문은 원칙적으로 교회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1991년 사회주의 체제 붕괴 때 북한이 교황 방북을 추진했지만 당시 교황청이 진짜 신도를 데려오라고 요구해 무산됐고 2000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전 “남북 대화가 결실을 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공표할 만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깊다.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데도 특별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김정은의 교황 초청은 올 초부터 시도해온 정상 국가화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평화를 추구하는 정상 국가’인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고립된 핵 도발 국가 이미지를 탈색시켜 대북제재의 완화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이든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열악한 인권과 종교 탄압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