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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이 뭔가 내놔야 제재 풀것”… 비핵화 꼼꼼 검증 예고

입력 | 2018-10-11 03:00:00

[비핵화 협상]북미 정상회담, 美중간선거 이후로




폼페이오 “FFVD 달성 길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백악관 대통령 집무동인 웨스트윙을 나서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궁극적인 목표인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할 길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의) 첫 번째 사항(point number one)은 비핵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 사임에 대한 기자회견 중 이같이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질문이 집중되자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에) 큰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제재를 없애고 싶지만 그러려면 (북한으로부터) 뭔가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속도전에 말려들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섣불리 ‘상응 조치’를 올려놓지 않겠다는 것. 청와대가 구상하던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간표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 김정은 조기 회담 요구에 “안 된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미국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10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것.

10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을 면담하면서 본격적으로 나왔다. 청와대는 7일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as soon as possible) 내 개최하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기 회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을 갖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로 회담 시기를 못 박은 것은 김정은의 조기 회담 개최 제안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11월 이후로 미룬 것은 ‘신속한 비핵화’보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만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들어 한목소리로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면서 “이제 북한의 FFVD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룰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 11월인가 12월인가

트럼프의 발언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11월 중순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집중 논의된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 외에 추가 조치도 할 수 있는 만큼 미국도 종전선언 외에 또 다른 상응 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가 서로 다른 계산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이 간극을 다 좁히진 못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속도’ 대신 ‘검증’을 강조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풍계리 사찰팀의 구성과 방북 일정, 현장 동선 등 북-미가 얼굴을 붉힐 변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종전선언-비핵화 시간표 늦춰지나

정부의 연내 종전선언 채택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청와대 내에선 10월 북-미 정상회담, 11월 남북미 정상회담, 12월 김정은 서울 답방의 로드맵이 거론되기도 했다.

일단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만큼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아직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도 이전보단 빠른 종전선언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 역시 “미국의 상응 조치가 꼭 종전선언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연일 대북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가 서로에게 ‘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만큼 한 차례 연기됐다가 재개된 1차 회담처럼 2차 북-미 정상회담도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면서 12월이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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