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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묻고 강경화 답변… 野 “당정협의서 오간 얘기 아니냐”

입력 | 2018-10-11 03:00:00

[2018 국정감사]‘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 파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강 장관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뉴시스

“장관님을 위증으로 고발할까요?”(무소속 이정현 의원)

“언제부터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장관을 겸직했습니까?”(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된 외교부 청사 18층 회의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언급을 놓고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야당은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신호탄이라며 강 장관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수차례 답변을 바꿔 위증 논란까지 낳았다.

이날 논란은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 다녀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우리가 금강산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조치 때문 아니냐”며 5·24조치 해제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네, 관련 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독자적 대북제재를 폐기할 수 있다고 외교 수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

의원들의 질의가 거듭되면서 대북제재 해제 파문으로 번지자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한 게 아니다” “분명하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사과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교부도 급히 해명자료를 내고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인 만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에선 평소 당정협의에서 나누던 이야기가 국감장에서 ‘천기누설’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강 장관은 오후 휴회 시간에 외교부 간부들과 대응책을 상의한 뒤 “관련부처‘와’ 검토한다는 게 아니라 관련부처‘가’ 검토 중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이 ‘비외교적’인 답변을 해놓고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스스로 늪에 빠졌다”며 혀를 찼다.

강 장관의 해명이 논란을 키우면서 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도 안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5·24조치 때문에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게 아니다”며 사실관계 시정부터 요구했다.

5·24조치는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5·24조치 해제는 남북 정상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빗장을 풀 출발점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가 미흡한 데다 미국이 대북제재 필요성을 고수하면서 해제 논의를 공식화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자칫 북한의 도발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 비핵화 진전도 없이 5·24조치 해제를 운운하는 강 장관은 김정은의 대변인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다른 부처는 5·24조치 해제 검토 논의를 부인했다. 이날 국방부 감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5·24조치 해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며 “외교장관 입장에선 향후에 평화체제 신뢰 구축 차원에서 앞으로 진전되면 그런 부분까지도 해갈 수 있지 않나 하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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