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반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34년.
반에이크는 지금의 벨기에에 속하는 플랑드르 화파의 창시자로 유화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화가다. 이견이 있긴 하지만 이 그림은 이탈리아 루카 출신의 거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을 기념하는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가 서있는 방 안은 황동 샹들리에, 고급 침대, 커다란 볼록거울, 귀한 수입 과일이었던 오렌지, 이국적인 최고급 양탄자 등 그들의 부를 상징하는 값비싼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압권은 부부가 입고 있는 옷이다. 초여름에 그려졌음에도 그들은 사치스럽고 값비싼 모피 옷을 걸치고 있다. 신랑은 신부 앞에서 신의의 맹세라도 한 건지 위로 든 오른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잡은 신부의 오른손 위로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이는 결혼을 통한 두 사람의 결합을 의미한다.
1872년 출간된 영국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여자 친구 부모와 이웃들의 외면으로 추위와 배고픔에 쓰러져 죽어갈 때, 끝까지 주인 곁을 지키며 운명을 함께한 것도 충견 파트라슈였다. 결혼도 선택이고 능력이 된 시대, 평생 아끼고 사랑할 대상으로 반려자 대신 반려동물을 택하는 ‘비혼자’들이 느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