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글의 가치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리를 내는 발성구조와 글자를 일치시켰다는 점이다. 현대 언어학으로 겨우 분석 가능한 수준의 문자를 14세기에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한글의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을 증명한다. 놀랍게도 19세기에 “한글은 완벽한 문자”라며 그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소개한 외국인이 있었다. 고종의 외국인 자문이었던 호머 헐버트 박사가 1889년 뉴욕트리뷴에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격찬한 기고문을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이 확인한 것이다.
▷헐버트 박사는 이 글에서 “한글은 완벽한 문자가 갖춰야 하는 조건 이상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선에 철자법은 철저히 발음 중심으로 글자 하나당 발음이 딱 하나씩”이라며 “영미에서 그토록 갈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고 썼다. 독립신문의 숨은 산파이면서 조선 독립과 항일운동에 헌신한 푸른 눈의 독립유공자, 헐버트 박사는 한글에 대한 사랑 역시 누구보다 지극했던 것 같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