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1980, 90년대 광화학 스모그가 한창 문제가 됐던 미국 동남부 지역도 2000년대 이후로는 공기 질이 많이 좋아졌다.
2007년 미국 조지아텍 박사과정 시절, 연사로 학과 세미나에 초청 받아 한국을 찾은 세계적 석학인 존 버로스 독일 브레멘대 교수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유럽과 미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업적을 세운 그에게 당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공기는 점점 좋아질 텐데 이제 막 학위를 받는 저 같은 사람이 할 일이 있을까요?”
대기오염의 관점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깨끗한 공기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 이뤄지는 클린룸(청정실) 시설의 공기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이런 시설 내에서는 미세먼지(PM) 같은 입자상 오염물질의 양을 m³당 3만5000개 이하로 유지한다. 일반적인 도시의 대기 중에 m³당 약 400만 개의 미세먼지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여기에 오존 같은 반응성 기체의 농도는 1ppb(공기 분자 10억 개 중 1개)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인간 활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훨씬 덜 받는 아마존 우림이나 극지의 공기가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지역의 공기도 클린룸과 비교하면 아주 많은 양의 미세먼지나 오존,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전구물질이 들어 있다. 이는 본연의 자연환경에서도 생명활동에 의해 일산화탄소(CO)와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드는 물질들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자연은 필요에 의해 미세먼지와 오존을 만든다. 이들 물질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우선 오존은 수산화라디칼(OH)을 만들어 생명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일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물질을 대기 중에서 제거해 준다. 일종의 세정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존이 없다면 대기 중에 일산화탄소와 메탄이 계속 쌓이게 되고, 생명체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온실기체인 메탄에 의한 지구온난화, 화재 등으로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서 구름을 만드는 씨앗(응결핵)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강우와 같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 순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봄철 황사를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황사는 고비사막의 모래에 섞인 철분을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운반해 철분 부족 상태에 있는 플랑크톤 생태계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황사가 발생하면 시야를 가리는 불편함이 따르긴 하지만 모래는 미세먼지와 달리 입자 크기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폐에서 걸러진다.
미세먼지와 오존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더해져 그 양이 과다해질 때 독이 된다. 그러므로 산림 지역처럼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NOx나 VOCs가 많은 지역에서는 아주 적은 양의 오염물질만 배출돼도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와 오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관측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 역시 지리적으로 도시와 산림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만큼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연과 인간 활동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의 핵심은 얼마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오염물질을 어떻게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느냐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