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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처음 듣는 사유… 방탄판사단이냐” 사법농단 영장기각 성토

입력 | 2018-10-11 03:00:00

[2018 국정감사]대법원 국감서 한목소리 비판




대법원 국감, 한국당 의원 한때 퇴장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방탄소년단(BTS)이 들으면 기분 나쁠 텐데, 지금 국민들이 ‘방탄판사단’이라고 한다.”(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법농단을 밝히자는 거냐, 덮자는 거냐.”(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여야 의원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달아 기각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6월 중순과 지난달 중순 두 차례나 수사 협조를 언급했지만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 “처음 듣는 기각 사유”…여야 함께 비판

검사 출신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여태까지 주거 평온과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 같은 사유가) 이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기본권 보장’을 언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다른 사건 영장 발부율은 90%가 넘는데, 사법농단 사건은 기각률이 90%다. 결국 법원 치부가 드러나니까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것이 국민 의견”이라고 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영장 판사들이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는 재판거래로 사법농단을 하는 죄 있는 사법부고, 김명수 사법부는 이걸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오락가락 ‘불구경 리더십’으로 사법부 신뢰를 완전히 추락시켰다”며 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박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진심으로 사법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혁을 하고 용퇴해야 한다. 사법부를 위해 순장(殉葬)하라”고 했다.

○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집중 질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강제징용 사건 등 여러모로 판결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다. 대법원이 청와대와 한통속이 돼 실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2015년 1월 대법원이 외교부가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세 차례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첫 입법예고안은 ‘국가기관은 재판부의 요청이 없으면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규칙은 ‘국가기관이 공익 명분이 있으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 의원은 “재판부의 요구가 없더라도 외교부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 등은 김 대법원장과 안 처장이 지방법원장 시절 공보관실 운영비를 전용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안 처장은 “검찰이 비자금이라고 명명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후 10시 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이 대외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 안내에 따라 수석부장과 공보관, 관내 지원장에게 2016년과 2017년 집행했다. 추후 예산 문제 없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겠으며, 내년도 공보관실 운영비는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김 대법원장에게 직접 답변하라고 요구하면서 오전 내내 파행이 빚어져 오후 2시부터 질의가 시작됐다.

김동혁 hack@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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