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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美 대북제재 숙지-이행하라” 은행에 통보

입력 | 2018-10-13 03:00:00

美재무부, 은행들 직접 접촉하자 금융당국도 은행 단속 ‘공조’ 나서
금감원장 “美 오해 풀린걸로 안다”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들을 접촉해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한 일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10일 시중은행들에 ‘미국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것을 경계하자 금융 당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보가 이날 보도한 미 재무부가 국내 은행들에 제재 준수를 요청한 일에 대해 질의를 쏟아냈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 독자제재 사항을 충분히 이행할 것을 10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함께 은행들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이에 대해 “10일 회의는 금융 당국이 은행 준법감시인들을 부른 일종의 대책회의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상 준법감시인 회의는 열리면 공개하는데 이때는 안 했다. 내부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얘기됐고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라며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한미 이견을 감추려고 한다. 금강산 지점 재개소 등을 논의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윤 원장은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미 재무부가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국내 은행들에 요청한 배경과 금융 당국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윤 원장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유효하다는 걸 그쪽(미 재무부)에서 강조했고 (은행들은) 경협 관련 모니터링 조치로 이해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은 ‘유엔 제재 등을 이미 숙지해서 이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준수하겠다’고 답변했다. 미국 측의 오해가 풀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윤 원장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때 정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에 금융제재를 가하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처럼 은행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사태가 일어나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2005년 9월 마카오 BDA를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하자 BDA에서는 뱅크런이 일어났다. 마카오 정부는 BDA 계좌를 전부 동결했고 이 일로 북한은 2700만 달러가량의 통치자금이 묶여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을 정도로 큰 압박을 받았다.

한국당 측의 정회 요청이 이어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국민들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니 미 재무부가 (대북제재 위반) 예방 차원에서 연락한 것인지 아니면 경고 차원에서 한 건지 금감원장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중재에 나섰다. 이날 오후 회의에서 윤 원장은 “미국에서 보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금감원이 배경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