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세계는 지금 연금 개혁중 <1> ‘연금 주머니’ 키우는 캐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유동진 씨(57)는 보험료 인상 계획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캐나다는 현재 9.9%인 연금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2023년까지 11.9%로 높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자라면 보험료를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유 씨는 고교 졸업 직후인 1981년 몬트리올로 이민을 간 뒤 식료품가게 운영과 식품수입업을 하는 자영업자이다. 따라서 그의 연금 보험료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불만이 생길 법도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신뢰가 있는 데다 이곳에선 연금으로 사는 노인들이 잘 지내는 편이다”라며 “많이 떼어간 만큼 은퇴자들이 잘 먹고 살게 해주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미래 세대를 위해 보험료 더 걷자
‘용돈 연금’이 되지 않도록 노후 소득을 늘리는 게 개혁의 핵심이다. 연금의 현재 소득대체율은 25%다. 이를 33%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두 가지를 바꾼다. 우선 현재 9.9%인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11.9%로 높아진다. 2024년과 2025년에는 2단계로 연금 보험료 액수를 결정하는 ‘기준소득액 상한선’도 14% 상향된다. 이에 따라 2025년에 이 상한선은 7만2500달러에서 8만2700달러로 올라간다.
요약하자면, 보험료를 많이 내지만 그만큼 나중에 연금 수령액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현재의 연금 수령자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의 성격이 짙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두고 QPP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금융기관 ‘더 케이스(The Caisse)’의 자크 드메르 고객관리 담당 부사장은 “더 많이 걷어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이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연방 재무부도 “현재 은퇴 생활을 하고 있거나 은퇴를 앞둔 중년층은 연금 인상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연금 재정의 안전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으로 연금 재정은 넉넉해지는 반면 현재 1만3000여 달러 수준인 최대 연금지급액이 2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는 40여 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연금 기금의 투자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연금 지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PPIB는 ‘CPP 수익률 극대화’를 조직의 의무사항으로 못 박고 있다. 실제 성과도 좋다. 최근 5년간 한국 국민연금의 평균수익률은 5.2%에 불과하다. 이 기간 CPPIB의 평균수익률은 11.8%로, 국민연금의 2배를 넘었다. 2017년에만 1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모든 세계 연기금을 통틀어 수익률 1위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바로 공격적인 투자다. CPPIB는 주식에 자산의 59.1%를 쏟아부었다. 안정적인 투자상품인 채권에는 17.4%만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반대다. 채권에 51.1%(올 7월 말 기준)를 투자하고 주식은 36% 정도이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 기금의 70%가량을 투자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CPPIB는 15.1%만 캐나다 국내에 투자했다. 나머지 84.9%는 모두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사용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에 영국 런던과 홍콩에 지점을 세웠다. 중국에선 알리바바에 투자하고 영국에선 부동산 개발에까지 참여했다. CPPIB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7%를 차지할 신흥시장에 펀드의 3분의 1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 정부와 팔 길이만큼의 거리 유지
CPPIB가 중시하는 기본 운영원칙 가운데 하나가 독립성이다. CPPIB 직원들은 “우리는 정부와 팔 길이(arm‘s length)만큼의 거리를 둔 독립기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CPPIB 인력 규모는 한국 국민연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업계 최상급이다. 몬트리올의 투자운영회사 ‘RPIA’에 근무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케이티 정 씨는 “CPPIB에 입사한 것 자체가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토론토·몬트리올=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