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우주의 가장자리 같다. 쇼코는 해변에 서 있으면 이 세상의 변두리에 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서도 밀려나서, 역시나 대양에서 밀려난 바다의 가장자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외톨이들끼리 만나서 발가락이나 적시는 그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했다.” ― 최은영, ‘쇼코의 미소’
동갑내기 소유와 그녀의 일본인 친구 쇼코는 닮았다. 고등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처음 만난 둘은 함께 지내는 일주일 동안 무언의 관계가 형성된다.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하는 듯한 처지가 서로를 당기고 짓누른다.
소유가 본 고등학생 쇼코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할아버지와 엄마를 변화시킨 아이였다. 차갑지만 그녀의 미소는 어른스러웠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주고받던 편지가 끊길 무렵부터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던 소유는 쇼코를 찾아 일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쇼코는 한없이 나약하고 부서져버린 모습이었다. 예의 바르지만 서늘한 미소를 되찾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쇼코에게서 그 미소를 보게 된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고 한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 결합되고 싶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되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내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가 되길 바란다.

박연경 MBC 아나운서
박연경 MBC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