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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25개월 참았던 눈물… LPGA 하나은행챔피언십 16언더

입력 | 2018-10-15 03:00:00

2016년 에비앙 이후 감격의 첫승… 그동안 2위만 6번 “악플 시달려”
지난주 국가대항전 4승이 전환점




전인지가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울먹이고 있다. 전인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6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만이다. 인천=뉴스1

“스스로를 바닥으로 밀어 넣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2년 1개월 만에 우승의 갈증을 푼 전인지(24·KB금융그룹)는 ‘스마일 퀸’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기자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이야기했다. 부진의 그늘은 그만큼 길고 또 깊었다. 2016년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44개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인지는 “그동안 저를 생각해주는 모든 사람을 힘들게 했다. 그분들께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가 14일 인천 중구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치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잉글랜드의 찰리 헐(22)과 3타 차. 투어 통산 3승째다. 대회 특유의 고려청자 형태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3990만 원)도 챙겼다.

전인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6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만이다. 사진은 고려청자 형태의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는 전인지. 이번 대회 트로피는 한국 고유의 멋과 색을 잘 나타내기 위해 고려청자 형태로 만들었고 ‘위너스 그린(Winner's gre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천=AP 뉴시스

긴 기다림이었다. 전인지는 2015년 초청선수로 출전한 US오픈에서 우승, 데뷔 시즌인 2016년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 타이틀과 메이저 퀸이라는 애칭까지 함께 달았다. 하지만 이후 준우승만 6번을 하는 등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면서 ‘2년 차 징크스’라는 꼬리표까지 붙기 시작했다. 이날 대회 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하면서 세 번째도 메이저 우승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인터넷 댓글들도 상처로 남았다. 전인지는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말에 반응하는 내 자신이 더 밉고 한심했다”고 털어놨다.

지난주 국내에서 열렸던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의 선전은 전인지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전인지는 당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4전 전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전인지는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는) 주변의 응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 자신을 믿은 결과”라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요트 등의 취미활동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됐다. 이날 라운드 후반부에도 전인지는 홀을 이동할 때마다 자신을 응원하는 갤러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경기를 즐겼다. 경기 뒤에는 골프공 2개에 사인을 해 관중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날 3만1555명의 갤러리 앞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전인지는 예전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