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중심 양승태·전현직 대법관 등 윗선 관여 여부 드러날지 주목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키맨’으로 꼽히는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에 재임하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8.10.15/뉴스1 © News1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수사착수 넉 달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임 전 차장을 소환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지난 6월18일 사건 재배당 이후 120일째 만이다.
이어 “법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후배 법관들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전 차장은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사법농단 의혹의 최종 지시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냐’, ‘오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통상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는지’, ‘사법농단 의혹 문건 작성 지시자로 본인이 지목된 점’, ‘사법농단 문건을 독단적으로 지시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임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거래 의혹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 또는 작성을 지시하고, 비판적 성향의 판사들을 뒷조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 등에도 개입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와 만남을 갖고 재판 관련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관련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 등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선 양승태 사법부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한 정황이 포착됐는데,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2014년 10월7일 작성된 ‘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선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 임 전 차장이 압력을 가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에서도 선고 일정을 앞당기는데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한 임 전 차장은 ‘국정농단’ 수사 초기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부탁으로 법원행정처 및 재판연구관실 판사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강요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혐의에 대한 법리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해당 문건을 입수해 현재 분석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월22일 임 전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USB 등을 확보했다. 이 USB에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다수의 문건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대상으로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관해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을 둘러싼 의혹이 방대하기에 소환 조사는 이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윗선인 전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들의 관여 여부에 대해 털어놓는다면 사법농단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 사실관계 등에 대해서도 부인한다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에 대한 줄소환이 예상된다. 이후에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꼽혀온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도 전망된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 소속으로 보이는 7~8명은 임 전 차장이 출석하자 “임종헌을 구속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