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으로 부터 이례적인 칭찬을 받은 장현수. © News1
그리 오래 관찰한 것이 아니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닌 듯하다. 화려한 수식이나 비유를 즐기거나 소위 언론 플레이를 통해 선수들과 팀에 영향을 주는 지도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단상이 마련된 공식 인터뷰든 가벼운 스탠딩 형태의 대화든 적정 수준을 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읽히고 있다. 톤도 차분하고 내용도 넘치지 않는다. 다소 예민할 질문은 에둘러 넘어가거나 ‘모범답안’류의 대답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 특히 선수에 대한 질문 등은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그런 벤투 감독이 한국 사령탑 부임 후 거의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열변을 토했다. 상황이 ‘특정 선수’에게 국한된 것이라 더 이례적이었는데, 의도된 액션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FIFA 랭킹 5위에 빛나는 우루과이를 2-1로 꺾었던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파울루 벤투 감독의 표정은 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말투도 경기 총평도 담담했다.
그랬던 벤투 감독이 장현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작심한 듯 불을 토했다. 맹목적이고 불필요한 비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리더는 “그 누구보다 특별한 능력의 선수”라며 바람막이를 자처했다.
사실 이날 장현수에 대한 질문은, 플레이가 좋았던 것에 대한 칭찬과 함께 평가를 바란 것이었다.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 못했는지 부러 그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벤투 감독은 거의 작심발언 수준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8.10.12/뉴스1 © News1
그는 “장현수의 과거를 굳이 언급할 이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단, 우리와 함께 한 3경기만 놓고 봤을 때 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균 수준을 ‘매우매우매우’ 상회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우리의 미래에 큰 도움을 줄 선수”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근래 축구대표팀 전체가 크게 좋은 소리를 들은 적 없으나 그중에서도 수비수 장현수는 샌드백 수준으로 비난을 받았다. 앞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의 모든 지도자들이 장현수를 다양한 포지션에 주전으로 활용했음에도 팬들은 눈과 귀를 막고 장현수를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한 벤투 감독의 의도된 칭찬이었다.
지난 13일 파주NFC에서 펼쳐진 오픈트레이닝데이에서 만난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당시 발언은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라고 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표팀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벤투 감독은 팀의 주축 선수들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기둥들이 안정되게 팀을 지탱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듯하다”면서 “장현수를 핵심 수비수로 파악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잡음을 원치 않는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특히 “기성용은 플레이나 주장으로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기성용을 전술의 구심점으로 활용하며 잠시 나돌던 ‘기성용 하락세 잡음’을 씻어버렸다. 부상 때문에 실제 소집은 안됐으나 구자철 역시 이번 10월 소집 때 부른 바 있다.
대표팀의 한 스태프는 “벤투 감독이 기성용이나 손흥민, 장현수 등 팀의 주축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면서 “핵심 선수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기틀을 잡는 것이라고 내내 강조하고 있는 벤투 감독의 기둥 감싸기. 꼼꼼한 벤투 감독에게는 이 자체가 계획일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