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빈집 활용해 운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교육연극 교실-화술강좌 등 인기, 마을공동체 회복-취미활동에 도움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학습편의점’에서 3개월간 진행 중인 ‘창의적인 연극교실’이 10일 수강생의 풀피리 연주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미추홀구에서는 빈집에서 이런 형태의 열린 시민강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관교동경로당 2층 빈 공간에 마련된 ‘관교동 학습편의점’에서는 성인을 위한 교육연극이 개강 초기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의가 시작된 이래 1, 2기생 모두 수강 정원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이 커 강의마다 청강생이 2, 3명씩 참여하고 있다. 33m² 남짓할 정도로 교육공간이 비좁아 3개월 과정의 수강생 정원은 8명에 불과하다.
10일 관교동 학습편의점에서는 교육연극을 활용한 공동 창작을 위한 대본 작성 강의가 있었다. 개인 사정으로 2명이 결석한 가운데 수강생 8명이 모였다. 17년 경력의 인천시립극단 단원, 30대 배우 같은 전문 연기자뿐 아니라 분노조절 관련 인성 상담사, 주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종의 수강생들이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이들과 좀 떨어진 자리에서 40년 배우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가 청강생 자격으로 강의를 경청했다.
수강생의 ‘이벤트 공연’이 끝나자 강사인 박은희 전 인천시립극단 대표(65)는 토론을 통해 대본 주제로 정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어떻게 대본으로 작성할지 설명했다.
“고 신영복 교수(1941∼2016·성공회대)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할 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했죠. 자살을 하면 가족들이 비통해할 것을 걱정했고, 또 하나는 쇠창살을 통해 들어온 햇빛을 매일 2시간 동안 지켜보는 낙이 있었다는 거죠.”
수강생들은 수집해온 주변의 소확행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 편의 연극을 만들기 위한 스토리 짜기 작업을 본격화했다. 연극배우인 수강생 A 씨는 “배우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관객에게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빠지지 않고 강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강사는 이날 지난해 9∼12월 1기생들의 공동창작 연극 ‘십장생’의 대본 초고를 나눠주며 대본 완성 과정을 설명했다.
관교동 학습편의점에서는 3, 4개월 과정의 1, 2기 교육연극 교실 외에 3월부터 7월까지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화술 완전정복’ 강좌를 마쳤다. 발성 기본을 배운 뒤 그림엽서를 보고 연상한 장면을 즉흥적으로 말하는 이색적인 수업이었다. 또 올 1월엔 10일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연극교실’ 강좌가 있었다.
미추홀구는 2014년부터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임차해 개·보수한 뒤 학습편의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별로 20개가량의 학습편의점을 개설해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공동체 회복 활동과 주민 취미활동을 확산할 계획이다. 그간 10여 개의 학습편의점이 운영됐으나 구에서 시설 및 운영비 보조 정도만 지원하고 있어 인기 미달인 곳은 폐강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