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준수 경고받은 産銀보고서 보니 ‘우려’ ‘대북제재’ 단어 3차례씩 사용… 10분간 금융지원 경고-공지 쏟아낸듯 정부 “모니터링 차원”과 뉘앙스 달라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한국의 시중은행들을 직접 접촉해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하면서 “(대북제재 위반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는 등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입수한 KDB산업은행의 내부 보고서엔 “미 재무부의 한국 금융기관 대북 금융 지원에 대한 우려 표명과 대북 금융제재(sanction)의 중요성 강조”가 회의 주제로 적시돼 있다. 미 재무부 대니얼 모저 수석부차관보와 재무부 정책보좌관 2명, 한국의 산은과 NH농협 관계자 등 회의 참석자 명단도 포함돼 있다. 산은 윤리준법부는 지난달 20일 미국 측과 콘퍼런스콜을 마친 뒤 작성한 이 보고서를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보고했다.
A4용지 한 장 분량인 보고서에는 미국의 ‘우려’라는 단어와 ‘대북제재’라는 단어가 각각 세 차례나 사용됐고, ‘오해(misunderstanding)’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보고서는 “콘퍼런스콜의 목적은 유엔 및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유효함을 확인하고 현재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한국계 은행의 대북 금융 진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내용”이라고 적고 있다.
또 “NH농협은행의 금강산 지점 개설에 대한 우려 표명 및 진위 확인”,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라는 등 미국 측 전달 사항이 담겨 있다. 오전 9시부터 10분가량 진행된 회의가 미 재무부의 경고, 공지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국회 정무위와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미 재무부와 국내 은행들의 콘퍼런스콜이 “미국 측의 모니터링”(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예방적 아웃리치(지원활동) 차원”(조윤제 주미대사)이라고 밝힌 것과는 결이 다르다.
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