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최근 ‘사이언스’엔 새의 눈물을 훔치는 나방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마존의 잠자는 새 목덜미 뒤에서 나방은 주둥이를 빼 새의 눈 한쪽에 꽂아 눈물을 마시고 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여러 차례 포착됐다. 빠르게 날아가는 새를 공략하긴 어렵다. 그래서 새의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밤에 나방이 남몰래 자리한 것이다. 나방은 야행성이다. 그런데 나방은 새한테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럼에도 나방이 새의 눈물을 빨아 먹는 건 나트륨이나 알부민(단백질) 같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목숨을 건 모험이 눈물겹다.
나방이 거북이나 악어의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새의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보고됐고, 2015년에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포착됐다. 눈물을 훔치는 경우는 주로 움직임이 느린 동물들이나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또한 홍수가 잦은 열대성 기후의 아마존 등에서 종종 발견됐다. 그 이유는 그 지역 퇴적물에서 영양분이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나비 역시 잠자는 악어의 눈물을 훔친다. 미네랄 때문이다. 나비나 나방류는 동물의 피, 눈물, 땀을 섭취하는 걸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방이 날아든다고 자신의 땀이나 눈물을 공양하면 안 될 듯싶다. 왜냐하면 병원균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방이 피를 빨아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68년 말레이반도에선 상처 난 부위의 피를 빠는 나방이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
곤충류는 포식자한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방은 왜 꼭 새의 눈물로 염분이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까? 바닷가 바위나 다른 곳에서 섭취하면 안 될까? 물론 나비와 같은 곤충류들은 진흙 웅덩이에서 영양소를 섭취한다. 하지만 너무 부족할 경우가 많아, 다른 동물의 땀이나 눈물, 혈액에서 미네랄과 단백질 등을 보충하는 것이다.
동물원에 가면 미네랄 원석을 메달아 동물들이 핥도록 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염분은 모든 생물에게 필수다. 그래서 코끼리는 염분이 묻은 암석을 삼킨다. 곤충이나 동물들은 분변에서 나트륨이나 단백질 등을 섭취하기도 한다. 새똥을 먹는 나비나 사체에 모여든 벌 떼는 살기 위해 때론 더럽고 쓴 것들을 먹는다. 코알라는 자기 새끼에게 대변을 먹여 생존하게끔 한다.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체내에서 스스로 소멸되지만 땀, 눈물, 피부 탈락 등으로 외부 환경에 배출되기도 한다. 혈장과 세포 내외를 구성하는 체액의 경우 대부분 물이지만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이온이 많다. 염 이온은 세포막의 나트륨-칼륨 펌프를 활성화해 세포 소통에 기여한다. 이로써 신경자극을 전달하고, 근육을 수축시키고, 심장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하도록 한다. 염분이 부족하면 이 반대의 상황들이 발생한다. 염분 부족의 가장 큰 문제는 몸에서 수분 흡수가 어려워 탈수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나방이 새의 눈물을 훔치는 건 흔한 발견이 아니고 관련 연구가 거의 없다. 즉 나방이 언제나 새의 눈물을 훔쳐 먹는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나방의 눈물겨운 생존법이 경이로울 뿐이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