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구 독주 앨범 낸 김덕수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2일 만난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바이올린부터 전기기타까지 다양한 악기와 협연하며 장구채 쥐는 법, 타점(打點)의 미묘한 변화까지 채를 다루는 수백 가지 길을 찾아냈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불과 다섯 살이었다. 남사당패였던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나온 것이. 무동이자 새미(어른 어깨 위에서 춤추는 무동)로 길 위의 인생을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동료들과 북, 꽹과리, 징, 장구를 들고 앉은 것이 40년 전이다. 1978년, 국악을 세계에 알린 사물놀이의 탄생이다. 사물놀이 40년, 또 다른 도전을 앞둔 김 씨를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사물놀이는 세계타악대회에서 현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우리 것의 세계화’라는 타이틀로 칭송을 얻었다.
“글쎄요. 장단은 철저히 우리 것에서 가져왔지만 정서는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세계인의 것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딥 퍼플, 레드 제플린 같은 하드록부터 밥 딜런, 존 바에즈의 모던 포크까지 들으며 자랐거든요. 처음 사물놀이의 정서적 드라마를 구상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녹아들었기에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물놀이는 비틀스를 닮았다. 김 씨는 19일 나오는 독특한 신작 CD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제목은 ‘장구산조’(사진). 60년간 두드려온 김 씨의 첫 독주 녹음이다. 가야금 같은 현악기로 연주하는 산조를 반주 악기이자 리듬 악기인 장구 독주와 연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42분 넘게 두드리며 혼을 빼는 장단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스피커에서 땀 냄새가 올라오는 듯하다.
“우리 리듬은 세계화됐고 그만큼 더 화려해졌죠. 치열하게 분절된 리듬, 수백 가지 장단 꼴을 죄다 펼쳐내듯 풀어봤습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장구산조라는 분야를 탐구해줘도 좋고, 저라도 2집, 3집 내야죠.”
“당시 연희동 서태지 씨 집에 가서 열여섯 마디 반주를 듣고 원테이크로 태평소를 녹음하고 나왔죠. 청소년들에게 우리 음악의 흥을 알리고픈 마음뿐이었어요. 그 이후 저희 사물놀이 공연에 고교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죠.”
동갑인 사카모토는 국경을 넘은 그의 운명적 음악 친우다. 사카모토가 멤버로 데뷔한 전설적 일본 전자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창단 시기도 사물놀이와 같은 1978년이었다.
“1980년대 사물놀이의 첫 해외공연 때도 사카모토가 기획위원이었고 함께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죠.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김 씨는 한국의 전통장단을 집대성한 책을 쓰고 있다. 국제적 음악 언어로 세계에 우리 장단의 우수성을 쉽고 자세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김 씨는 그룹 ‘레드선’과 10년 만에 합동 무대를 꾸민다. 경기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20일 열리는 ‘김덕수 사물놀이: Call to Spirit & Big Vibration’ 공연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