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는 듣는 사람에게 평화로움과 진정을 가져다주어 잠으로 인도합니다. 그러나 ‘그 음악은 내게 자장가야’라고 한다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따분해서 졸음이 오는 음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잠을 유발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대곡이 있습니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바흐가 활동하던 작센 공국에는 카이저링크 백작이라는 인물이 러시아 대사로 와 있었습니다. 그는 불면증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바흐가 이를 듣고는 ‘잠이 잘 오게 하는 음악’으로 이 변주곡을 써 주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백작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음악가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에게 이 곡을 연주하게 했고, 결국 잠을 잘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음악학자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의 바흐 전기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해 이 곡을 연주했다는 골트베르크는 이 곡이 작곡된 1741년 열네 살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 완숙한 연주를 펼치는 신동 음악가도 있지만, 귀족의 전속 음악가로 활동하기에는 이른 나이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포르켈이 이 이야기를 적은 것은 1802년이니 카이저링크와 바흐의 일화로부터 한 갑자(甲子)가 흐른 뒤입니다. 그가 독자의 재미를 위해 ‘잠이 오는 변주곡’ 일화를 꾸며냈을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피아니스트 허원숙이 토카타 D단조와 G단조, 부소니가 편곡한 ‘샤콘’ 등 바흐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이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합니다. 그는 최근 폴란드 ‘Dux’ 레이블로 골트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