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플로리다주 멕시코비치의 폐허가 된 주택가 모습. 허리케인 마이클이 휩쓸고 지나간 뒤 초대형 허리케인에 대비해 지어진 ‘샌드팰리스’ 주택을 빼고는 온전한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길 곳곳이 끊겨 7시간 만에 도착한 그는 해변 주택 대부분이 강풍에 날아가거나 무너져 폐허가 된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다. 옆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른 집은 지붕과 벽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이 집을 빌렸던 2명은 실종돼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방 5개, 욕실 5개짜리 샌드팰리스는 거의 멀쩡했다. 피해라고는 계단이 날아가 사다리를 놓고 들어가야 했던 것과 집안 샤워실 창문에 금이 간 것 정도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이클이 상륙한 멕시코비치의 약 1마일(약 1.6km)에 걸친 주택가 중 4분의 3이 피해를 입었지만 땅보다 높이 올려 지은 킹 씨의 주택 샌드팰리스는 그 블록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해변 주택이었다고 전했다.
북쪽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남쪽으로 멕시코만에 붙어 있는 플로리다주 서부 지역은 ‘팬핸들’로 불린다. 지도에서 프라이팬 손잡이처럼 옆으로 툭 튀어나온 모양으로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의 멕시코비치는 통상 대형 허리케인의 무풍지대로 꼽혔다.
팬핸들 지역의 건축물 안전기준도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허리케인 상습 피해 지역인 남부는 1992년 5등급 허리케인(시속 157마일 이상) ‘앤드루’에 큰 피해를 입은 뒤 시속 175마일의 강풍을 견디는 방풍(防風) 설계를 의무화했다. 반면 허리케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팬핸들 지역은 이보다 약한 시속 120∼150마일의 기준이 적용됐다. 그나마 해안에서 1마일 이상 떨어진 지역엔 2007년 이후 강화된 기준에 따라 건물이 지어졌다. 멕시코비치 주택의 대부분이 안전기준이 강화되기 훨씬 전에 지어져 시속 155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마이클의 피해가 컸다고 NYT는 분석했다.
○ 시속 400km 이상 초대형 허리케인 대비해 건재
반면 샌드팰리스는 시속 250마일(약 400km)의 초강력 허리케인에 대비해 설계됐다. 12m 기둥을 땅에 박고 벽에 단단히 고정시켜 건물을 높였다. 허리케인 때문에 바닷물이 범람해도 물이 집 기둥 밑으로 흘러 나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강한 바람을 견딜 수 있게 콘크리트와 철제 케이블 등을 넣어 집을 보강했다. 바람이 파고들어 지붕을 날려버리지 않도록 지붕 공간도 최소화했다. 집 주변 모래 언덕엔 소금기에 강한 식물을 심어 바람을 막았다. 래키 씨는 “대를 이어 견딜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킹 씨도 “지구가 더 더워지고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폭풍에 익숙하지 않은 해안가의 주민들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