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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경희대 후마니타스 암병원 한의면역암센터 진료교수)
대부분의 암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 암 발병의 약 50%가 노인에게서 발생하고 이 중 75세 이상 노인의 30∼50%가 암으로 사망한다. 나이가 들수록 환경오염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또 면역기능이 약해져서 암세포를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암세포는 일종의 무법자 같이 주변 조직으로 파고들어 정상세포를 파괴한다. 시간이 지나면 혈관으로 침범해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하며 영양분을 빨아먹고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결국에는 목숨을 빼앗는다. 이같이 돌연변이 암세포는 매일 엄청 많은 수가 생겨나지만 거의 대부분은 우리 몸 안의 생체 방어기구인 면역체계 덕분에 사라진다. 그러나 노화가 되면 이러한 면역체계가 점차 역할을 하지 못해 암을 예방하기 어려워진다.
현재의 암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표준 의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암 치료는 크게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이하 항암치료)으로 나뉜다. 물론 병이 얼마나 진행된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로 분열하는 세포를 죽인다. 문제는 항암제가 암세포만 죽이는 게 아니라 위장점막세포, 골수세포, 생식세포 등 세포분열이 빠른 다른 정상세포들까지 파괴한다는 점이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표적 항암제를 쓰기에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인암은 젊은 환자와 달리 집중적 치료가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장기가 위축되고 기능이 저하되는 것도 암 치료 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노인은 신체가 강한 약물 등 치료를 견디는 능력이 저하돼 있어 암에 걸렸다 하더라도 완치나 생명연장보다는 대증적인 치료, 즉 삶의 질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치료가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5일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이 개소했다. 의학·한의학·치의학의 다분야 접근법을 통한 개인별 맞춤형 핵심진료모델을 통해 암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노인 암 진료에 있어 같은 병기의 암 환자라도 암의 발생원인과 증상, 유전 특질뿐만 아니라 환자의 면역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환자 개인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암병원 내 한의면역센터를 중심으로는 노인 암환자의 면역 강화에 초점을 맞춰 약해진 체력과 기력을 돕고 항암치료로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암 환자는 건칠단과 생기소암단이라는 한약을 처방하는데 건칠단은 옻이 주원료로 면역기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어 항암 작용이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생기소암단은 악성종양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확인돼 국제 의학지에 게재됐다. 노인 암환자들이 암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 중 하나는 구역질, 메스꺼움, 구토 치료이다. 한의면역센터에서는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후유증을 봉독, 약침, 뜸 치료로도 다스린다. 말기암 환자의 암성통증은 원기를 보충해 주는 황기와 프로폴리스가 가미된 젤리 형태의 한약으로 증상을 줄여 준다. 이 처방은 구토, 소화불량, 설사 등 양방 항암치료에 동반되는 부작용도 완화해 준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경희대 후마니타스 암병원 한의면역암센터 진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