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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바꾸고 망했다” 조강특위 입장에 한국당 ‘시끌’

입력 | 2018-10-16 15:31:00

혁신방향·위기진단 놓고 ‘백가쟁명’…지도부 신중히 주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News1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들이 지난 15일 당협위원장 교체 등 인적쇄신에 대한 방침과 원칙을 밝히면서 잠잠하던 한국당 내부가 다시 들썩이는 조짐이다.

조강특위가 밝힌 당협 심사 방침, 당 위기 원인진단 및 혁신방향 등을 놓고 갑론을박까지 일기 시작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부의 혁신 방향에 대한 찬반 입장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조강특위가 내놓은 당의 위기 원인, 계파 및 명망가 정치 청산 등 주요 내용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견해들이 오가고 있다.

우선 원인진단 관련, 외부위원들은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박근혜)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이념과 동떨어진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꾸고,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며 “정체불명의 정당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에선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변화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행태가 한국당과 보수진영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가고 재판 받는 동안 의원들은 뭐했나’ 등의 발언을 놓고는 혁신을 하겠다는 외부위원들의 주장이 오히려 ‘전통보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는 친박계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는 과거와 결별, 시대정신에 맞는 시스템 개혁을 주장한 비대위의 입장과도 다소 배치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지도부 또한 외부위원들의 입장표명에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행보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외부위원들의 당 위기 진단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있는데 그 해석들이 비대위 차원의 해석이라기보다는 갖가지 많은 해석 중 하나일 수 있다”며 “그래서 일부러 (입장문을) 비대위 조강특위가 아닌 외부위원들 명의로 내보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당의 위기원인, 혁신방향에 대한 질문엔 “제 생각을 이야기하면 상황이 상당히 복잡해진다”며 “여러가지 해석들을 다 받고 있으니까 굳이 제 입장이 어떻다는 것을 지금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이렇게 된 것(당이 위기에 빠진 것)은 역사의 큰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나”면서, 지도부와 외부위원들의 진단이 큰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에둘러 내비쳤다.

또 한편에서는 외부위원들이 제1과제로 설정한 ‘계파 및 명망가 정치 청산’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외부위원들의 입장과 반대로 건강한 계파문화를 만드는 것, 흔들리는 당에서 중심을 잡아줄 ‘구심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야권 핵심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 안에 갇혀, 우리끼리만 소통하고 논의하다보니 시대와 대중들의 의식은 변하는데 우리는 그대로이고 오히려 퇴색하는 부분도 있다”며 “전도유망한 인사가 있어도 이 당에 들어오면 구태세력과 똑같이 변한다. 사람 이전에 고립적인 당 문화,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인사는 “양 한마리가 양 99마리를 통솔하는 것보다 사자 한마리가 양 99마리를 이끄는 것이 훨씬 더 결집력이 강하고 일사불란하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지금 당이 지리멸렬한 이유는 올곧고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때로는 호통치며 당을 이끌 수 있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