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MB도 무죄받은 ‘직권남용’ 입증이 핵심 추가조사뒤 구속영장 등 신병처리 방향 결정할듯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10.15/뉴스1 © News1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6일 오후 임 전 차장을 재소환해 조사 중이다. 전날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지 9시간여 만에 재출석한 임 전 차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고 조사실로 향했다.
임 전 차장은 1차 조사에서 법관사찰, 재판거래 등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취지로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소환 조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와 만남을 갖고 재판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징용 소송을 연기 또는 파기하는 대가로 법관의 해외파견 등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 행정소송 서류를 대신 작성해 청와대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소송개입 의혹에도 임 전 차장이 등장한다.
‘국정농단’ 사건이 진행되던 2016년 말엔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의혹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직무유기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농단 의혹사건 ‘키맨’으로 지목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재소환 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전날 오전부터 20시간여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이날 새벽 귀가한 지 9시간여 만에 재소환됐다. 2018.10.16/뉴스1 © News1
지금까지 사법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만 적용해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1·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는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에게 지시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검토시켰지만 1심 법원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0여년 간 사법부에 몸담으며 대법관 자리까지 목전에 뒀던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문건, 다수 법관들의 증언에 대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써 사전 대응 차원일 뿐 실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식의 방어논리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4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하며 다수의 물증과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을 위한 초석을 닦아놓은 상태에서 임 전 차장을 불렀지만 직권남용으로 실제 처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임 전 차장을 상대로 한두 차례 소환조사를 더 진행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영장청구 회의론 속에서도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임 전 차장의 신병확보 여부는 향후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수사 동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