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의 전기버스 노선에 위치한 테크닉가탄 정류소 모습. 정류소에서 내리면 곧바로 카페가 나온다. 기자가 정류소를 찾은 날에도 카페는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고, 정류소엔 간이 도서관이 마련돼 있었다. 예테보리=변종국기자 bjk@donga.com
저는 스웨덴 제 2의 도시 ‘예테보리(Gothenburg)’에요. 자동차 회사 볼보(Volvo)의 본사가 있는 도시로 유명하죠. 스웨덴에선 저를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라고도 불러요. 정보기술(IT)과 에너지, 전기 관련 기업들과 대학, 정부가 함께 모여서 친환경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가 바로 전기버스 실험이랍니다. 전기버스는 한국에도 있어 식상하다고요? 결코 아닙니다. 저의 전기버스 실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요.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예테보리의 55번 버스 노선은 전기버스 전용 노선이랍니다. 노선 길이는 약 7.6km로 그리 길진 않지만, 예테보리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핵심 노선이에요. 한 달 평균 이용객은 약 10만 명. 7대의 하이브리드 전기버스와 3대의 100% 순수 전기버스로 노선을 운영중입니다.
여기서 잠깐 예테보리의 전기버스를 설명하고 갈게요. 예테보리 전기버스는 연두색입니다. 버스 뒷쪽 천장에 대용량 전기 배터리가 달려 있고, 뒷바퀴 쪽에 전기 모터가 있어요. 천장의 배터리로 전기 모터를 돌리는 원리죠. 평균 시속은 약 20~30km에요. 속도를 못 내는 것이 아니라 버스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천천히 달리는 거죠. 버스 안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고요, 휴대전화 충전 USB도 있답니다. 전기버스 운전기자 모니카 핸슨 씨는 “소음도 없고 승차감도 좋다. 친환경적이라 승객들도 좋아한다. 특히 핸들이 가벼워서 손가락으로 핸들을 돌릴 수 있어 편하다”고 하더군요.
전기 충전은 간단해요. 충전소 천장에 달린 충전 케이블이 내려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에요. 충전 시간은 약 3~10분 정도인데, 승객이 승·하차 하는 1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충전 시간을 단축시키려 해요.
자, 이제 예테보리 전기버스 실험의 백미인 ‘테크닉가탄(Teknikgatan)’이라는 정류소를 소개할게요. 이곳은 전기 버스 충전소이자 정류장이에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면 곧 바로 카페가 나와요. 네 맞아요.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바로 정류장이에요. 버스에 내려서 열 걸음만 걸으면 커피를 주문할 수 있어요. 매연과 소음이 전혀 없으니까, 버스가 설 수만 있으면 어디든 정류장이 될 수 있는 거죠.
예테보리 전기버스 실험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이거에요. 우리는 친환경 교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도시 디자인을 전부 바꿔버릴 계획을 갖고 있어요. 도서관 안으로 전기 버스가 들어가고, 쇼핑물과 서점 내부가 버스 정류장이 되는 거죠. 정류장이 도로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 정류장은 OO마트 식품코너입니다”라는 방송을 상상이나 해보셨나요? 55번 노선은 연구단지와 도심 주택가도 통과해요. 소음과 공해가 없다보니 민원도 없어요. 저는 전기 청소차량 실험도 하고 있는데요, 새벽에 조용히 와서 쓰레기만 실어가는 거죠. 아기를 둔 가정에서 특히 반응이 좋답니다.
예테보리는 1970~80년대엔 조선과 해운업이 왕성했던 도시였어요. 그러다 한국의 조선과 해운 산업의 공세에 예테보리는 몰락했죠. 이후에 저는 벤처 및 IT기업들을 대규모로 유치했고,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도시가 됐답니다. 덕분에 환경과 미래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져 2년 전부터 전기버스 실험을 할 수 있게 됐어요.
한국도 전기버스와 수소차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친환경차를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의 도시 디자인과 교통 시스템도 바꿔보려는 구상까지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기사는 스웨덴 예테보리 전기버스 실험 현지 취재를 예테보리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예테보리=변종국 기자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