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한화가 올해 기적과 같은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겁니다.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입니다. 다른 팀들과 달리 한화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없었습니다. 올해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사진)은 3년 앞을 내다보고 리빌딩에 주력한다고 공언했습니다. 단 한 명의 자유계약선수(FA)도 영입하지 않았고 외국인 3명에 대한 투자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습니다. 눈에 띄는 신인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화를 최하위 전력으로 분류한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예상을 뒤집고 한화는 3위를 했습니다.
한 감독의 리더십이 궁금해집니다. 한 감독은 우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선수들의 폼을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1군과 2군, 육성군 스태프들과의 소통도 긴밀하게 이어갔습니다. 한화가 하나로 뭉치도록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겨울 훈련 시간을 대폭 줄이고 짧지만 집중적으로 훈련 일정을 짰습니다. 양보다는 질, 형식보다는 내용에 치중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했고 선수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냈습니다. 특정 선수만을 집중 기용하지 않고 두루 기회를 줬으며 투수들의 투구 수를 철저히 보장해줬습니다. 한 감독의 민주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은 통했습니다.
약한 타력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전략을 추구해 팀 도루 118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느림보 이미지의 팀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1년 만에 날쌘 팀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선수들은 더 이상 벤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지성준, 정은원, 강경학, 박상원, 김성훈, 김범수 등 젊은 선수들을 1군 전력으로 키워내는 성과를 거두면서 성적과 리빌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화는 원래 강팀이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타력이 강했고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 류현진 등 전설적인 투수들이 한화를 거쳐 갔습니다.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팬심은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화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수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곡을 개사한 노래입니다. 매번 꼴찌 근처를 맴도는데도 태평스럽게 응원하고 있으니 한화 팬을 일컬어 ‘보살’이라 합니다. 스포츠의 세계에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처럼 인생사는 ‘새옹지마’인가 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