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프랑스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와 미사일 계획 폐지를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에둘러 거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외교는 온통 대북제재 완화에 맞춰진 듯하다. 문 대통령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도, 그 단계가 확정되기까지 과정에서도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아예 “제재 완화를 국제무대 공론의 장에 올렸다는 측면이 있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메기로 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찬반 진영으로 나뉘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선(先)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북-중-러 3국은 유엔의 제재 완화를 주문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사실상 미국에 맞서는 진영에 가까이 선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서도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겠지만 이들 정상이 호응해 줄지는 의문이다.
물론 동맹이라 해서 모든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볼 수는 없다. 때론 갈등과 마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존립 이유인 북한과의 관계를 놓고 의견이 달라 불신을 키운다면 동맹은 불안해지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견이 있다면 먼저 동맹을 설득해야지, 주변을 향해 동맹을 설득해 달라고 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소뿐일 것이다. 긴밀한 소통으로 이견을 좁히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 동맹이고, 그게 바로 동맹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