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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제2 인생’ 찾아 도전하는 신(新)중년과 경단녀

입력 | 2018-10-17 03:00: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매장에서 스타벅스 앞치마 두르고 ‘스텔라’로 불리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박선화 스타벅스 부점장(41)은 7세, 초등학교 4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박 씨가 ‘○○엄마’가 아닌 ‘스텔라’라는 이름으로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도 1년이 넘었다(스타벅스는 이름과 직함 대신에 각자 정한 별칭을 사용한다).

그는 유치원 교사를 거쳐 스타벅스에서 일하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병원에서 ‘아이를 지키고 싶으면 꼼짝 말고 누워있으라’라는 말을 듣고 두 달 동안 병가를 내고 누워있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즐겁게 다니던 직장이었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전업주부로 10년간 엄마로, 아내로 지내는 시간도 소중했지만 무언가 허전했던 그 즈음, ‘리턴맘’을 뽑는다는 스타벅스 공고를 봤다. 둘째 아이가 아직 어려 고민했지만 남편과 첫째 아이의 응원 속에 지원했고 지난해 6월 스타벅스의 100번째 리턴맘 직원으로 채용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만 9년간 일하다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를 위해 그만둔 이모 씨(47)는 2013년 국내 한 대기업에서 뽑은 경력단절여성 공채 1기로 뽑혔다. 1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오십을 앞둔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로 재취업을 꼽는다. “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만 쏟게 되니 아이들은 이를 간섭으로 느끼고 반항하고, 저는 좌절감을 느끼는 게 반복되면서 제 일을 찾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어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직장인들보다 머리 회전은 다소 느려져서 업무 파악에 시간은 걸리지만 경력 단절 이전에 쌓아놨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유연함은 그들의 장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선화 부점장은 해당 지점에서 까다로운 고객들의 불만 사항 등을 매끄럽게 처리해주는 해결사다. 어린아이가 매장에서 울면 보통 엄마들이 아이에게 화부터 내는데 이때 슬쩍 다가가 아이의 주의를 돌리며 울음을 멈추게 하고, 매장 안에서 테이크아웃잔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머그잔으로 바꿔주겠다는 ‘싫은 소리’를 고객이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 씨도 같은 부서 내 젊은 여직원들의 인생 상담을 도맡아 해주는 ‘큰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뒤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신(新)중년들이 매년 늘고 있다. 50세를 전후로 퇴직한 후 재취업 등을 준비하는 신중년이 지난해 기준 1378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들 신중년은 과거 중장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고도성장의 주역들로 경력도 풍부하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인턴’에는 풍부한 인생 경험과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은퇴자가 재취업 후 해당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함을 잘 보여준다.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도 10월 31일, 11월 1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리스타트 잡페어’를 연다. 경단녀, 신중년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 구직자 등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정보가 제공되는 박람회로 매년 수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건강하고 일할 의욕도 있고 능력도 있는 이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들도 채용 문을 넓혀 제2의 인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