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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56세 이하, 세금 낸만큼 복지 못누려

입력 | 2018-10-17 03:00:00

미래세대 부담 키우는 재정정책




지난 정부에서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낸 ‘중장기 재정위험과 관리방안’ 용역보고서는 복지정책을 무분별하게 늘리면 미래 세대가 부담하기 힘든 ‘재정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며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복지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만큼 긴 안목으로 복지정책과 재정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2050년 복지비중 스웨덴보다 높아질 것’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1년 국가채무(중앙, 지방정부) 규모는 90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올 8월 재정전망을 하면서 차기 정부 첫해인 2022년에 국가채무가 9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 정부 임기 내 900조 원 선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현 정부에서 신설되거나 확대된 복지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확대하고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정책 등이 재정 지출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수당도 대표적인 복지 정책으로 반영됐다.

이 분석에는 재정이 투입되는 일자리 사업과 공무원 증원에 따른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국가채무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현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장기 재정은 더욱 악화된다. 한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약 11% 수준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적용하면 2040년 복지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1%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에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복지 지출 비중을 넘어선다.

○ 적정선 넘어서는 나랏빚 증가 속도

2021년 GDP 대비 채무비율은 44.2%로 기존 예상치보다 6.8%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채무비율은 이미 100%를 넘는 미국, 프랑스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적정 관리선’인 40%를 넘는 수치다. 무엇보다 2000∼2016년 국가채무 증가율이 OECD 35개국 중 4번째로 높을 정도로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복지정책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이 재정에 미칠 영향을 장기적으로 분석해 상세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학연금은 2024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2040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사학연금의 적자를 공무원연금처럼 보전하면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의 약 9%만큼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정 상황이 젊은 세대에게 불리한 만큼 정부가 투명한 장기재정 계획을 공유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66세인 국민은 사망 전까지 내는 세금보다 받는 혜택이 평균 7868만 원 더 많다. 반면 현재 26세인 국민은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내야 할 세금이 2억9640만 원 많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장기재정 추이를 면밀히 파악해 현재 정책들이 지속 가능한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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