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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가짜뉴스, 고소고발 없어도 수사

입력 | 2018-10-17 03:00:00

박상기 법무, 검찰에 지시
표현자유 침해 논란 의식해 가짜뉴스 대신 “허위조작정보”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은 16일 국민의 알 권리를 교란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박 장관은 허위조작정보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고, 허위성이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은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검찰에 강조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검찰과 경찰은 유관 기관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박 장관의 이 같은 지시 내용이 담긴 A4용지 4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없고, 그 대신 허위조작정보가 12차례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워낙 다의적이고,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 허위조작정보는 다양한 의견 표명이나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해당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와 상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국정감사 때는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는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등 주요 처벌 사례 15건을 예시로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북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허위 사실을 2014년 4∼11월 동영상으로 유포해 징역 1년 6개월형이 확정된 판결이 맨 위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가 북한 인민군’이라는 허위 사실을 2016∼2017년 유포해 징역 10개월형이 선고된 사건도 포함됐다. 이 밖에 △유명 스포츠 스타가 애국가 영상에 자신의 경기장면을 넣어 달라고 로비했다는 주장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 담당자들이 시신 수습을 못 하게 한다는 명예훼손 사건 △방송인에 대한 출처 불명의 허위 폭로 글 등도 처벌 사례에 들어갔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 같은 처벌 사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등 유관기관에 제공해 교육과 홍보, 단속에 활용할 방침이다. 허위조작정보의 삭제 요청권을 규정하고, 언론중재법상 언론기관이 아닌데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