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집중 못 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사회적 관계 형성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것, 세상에 대한 관심 등을 의미한다. 사회성의 한 부분이다. 사회성이 잘 발달된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을 고려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조용히 하는 것도, 모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모두 사회성이다. 선생님과 친구라는 타인을 고려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수업에 집중하고 꾸준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에는 단순히 이것을 배워야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옆의 아이도 선생님을 잘 보고 있으니까 나도 잘 봐야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면 선생님의 기분이 어떨까, 다른 친구들은 숙제를 모두 해오니까 나도 꼭 해가야지, 이왕이면 멋지게 발표해야지 등의 주변과 세상에 대한 사회적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 부모들은 불안감에 잔소리가 늘어난다. 등원을 준비하는 아침에 특히 심하다. “승희야! 오늘은 선생님 똑바로 봐야 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라고 거듭 주의를 준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침에 잔소리한 것을 잘했는지 체크하면서 또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아이의 부족한 사회성이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치원이라는 공간과 수업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생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어릴 때 그랬는데, 지금은 잘 지내잖아. 크면 좋아지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말이다.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어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특성은 그것이 어느 정도로 발현되고 어떤 경과로 진행될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고혈압이 있지만 평생 잘 사는 사람도 있고, 죽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나와 비슷한 특성과 기질을 가졌더라도 아이는 내가 아니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발전돼가는 형태도 다를 수 있다. 나를 닮았다고 반드시 나와 경과가 같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의외로 아이는 굉장히 힘들어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으로 찾아온 부모들에게 나는 매일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가벼운 숙제를 내주라고 제안한다. 주변 사람한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숙제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금부터 엄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건데, 이 얘기는 선생님한테 꼭 해드려”라든가 “오늘 선생님이 무슨 옷을 입고 오셨는지, 엄마한테 갔다 와서 말해줘”, “오늘 유치원에서 누가 제일 까불었는지 꼭 얘기해줘”, “오늘 선생님이 한 말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는지 말해줘”…. 이런 숙제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부모들이 유치원 수업이나 놀이 시간을 지켜보면서 걱정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아이가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겁이 많고 불안하거나 예민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이 아이들은 누가 자신을 건드릴까 봐, 뛰다가 다칠까 봐 아이들과 멀찍이 떨어져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교사나 아이들을 보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잘 살펴보고 유도를 해봤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