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원료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 무기제조를 생산할 수 없다. 또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분야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부르는 이유다.
희토류는 대중국 무역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할 관세 무기를 대부분 소진한 중국이 앞으로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산업에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88%를 차지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희토류를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역대표부는 희토류 이외에도 천연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로 금속광물 제품을 제외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관세 부과품을 조정한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도 올 8월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때 막판에 미국산 원유를 제외했다. 당초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행 단계에서 원유를 뺐다. 그만큼 미국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에서 전략 무기로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국이 희토류를 협상카드나 전략적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에 보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자 대일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3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